하림, 6조4000억원에 HMM 품었다…재계 13위로 껑충
2023-12-18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하림그룹이 최종 인수 절차를 마치면 단박에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등극한다. 육가공 전문업체에서 해운사 인수까지 지난 2015년 벌크선사 팬오션 이후 8년 만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M&A(인수합병) 전략이 퍼즐을 맞추는 셈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이날 오전 9시 59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40원(18.59%) 급등한 3천445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림지주 역시 오전 10시 기준 전날과 비교해 300원(4.29%) 오른 7300원에 거래되면서 상승세를 탔다.
하림그룹이 전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MM 역시 이날 오전 10시2분 기준 전 거래 대비 230원(1.31%) 올라 1만7천7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HMM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879만주다. 인수가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은과 해진공이 HMM 매각을 위해 지난달 실시한 본입찰에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최종 입찰에 참여했다. 하림그룹은 6조4000억원 가량의 인수가를 써내 동원그룹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정량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하림그룹은 매각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매각 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협상을 잘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하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 있고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자산이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재계 13위로 14계단이나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벌크선사 팬오션을 보유한 하림은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품에 안으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하림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있다는 평가다. 우선 충분하지 않은 자금력은 부담이다. HMM은 올해 4월 기준 자산 총액이 25조8000억원에 달해 국내 기업집단 가운데 19위에 오른 대기업이다. 현금성 자산만 해도 14조원에 달한다.
반면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자금력에 의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림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매각 측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있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영 경험은 없는 것도 하림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HMM은 초대형선(1만TEU급 이상 선복량 기준) 보유 비율이 세계 1위다. HMM은 컨테이너 위주 사업 포트폴리오를 벌크 부문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유일한 컨테이너 선사로서 사업 전환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과 벌크선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해운업황은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부진, 운송선박의 공급 증가 등으로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HMM 노조가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단는 점도 넘어야 할 과제다.
매각 절차가 남아 있고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해운업계 전반에서는 HMM이 ‘주인 없는 회사’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들어 민간기업 체제로 경영정상화와 함께 사업 추진력 확보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인수기업이 벌크선사이지만 선사 운영 경험이 있는 하림이라는 점은 해운업계도 시너지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