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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시사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기초 인프라 <1>전력

한양경제 2025-08-01 09:48:56
오늘날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전력을 그 동력으로 하는 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 전기자동차, 로봇, 드론, 가전제품 등의 이용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범용화, 상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특히 더 대용량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인공지능은 대량의 정보와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엄청난 연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많이 쓰일수록 전력 수요는 급속히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으려면 대량의 전력을 환경오염 없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를 써야하는 화력발전은 환경오염 문제로 불가하고, 환경오염이 없는 재생 에너지로는 그러한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으로 급속히 회귀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에서 두 개의 원자폭탄을 맞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일으켜 원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일본조차도 회귀를 선언했다.  

과거 미국의 쓰리마일 섬 원전 사고(1979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등의 원전 대형사고로 원전은 최근까지도 매우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어 외면을 받아왔었고, 많은 선진국들이 원전 중단을 선언해왔었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때 원전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최근의 원전에로의 회귀는 이랬던 반원전 추세의 극적인 반전인 셈이다. 그만큼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원전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동안 원전을 중단해왔던 선진국들은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도 잃어버렸다. 원전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조차도 원전의 설계 기술은 몰라도 원전 건설 기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방 국가 중에서는 프랑스가 원전 건설 기술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비용이 비쌀 뿐만 아니라 그 기간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효율적인 원전 건설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서방 세계에서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됐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새로운 원전 건설을 중단했지만 그만 둔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랍 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 건설을 수주해 2012년부터 최근까지 1~4호기를 지어왔기에 최신의 원전 건설 기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오늘날은 대형 원자로보다는 비교적 최신의 기술인 소형 원자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소형 원자로 기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몇몇 회사들이 소형 원자로 설계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그 건설 기술은 거의 한국만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원전 회사들은 대형이든 소형이든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건설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 천우신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와 중국은 원전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자국에서는 실제로 많이 건설해오고 있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전쟁으로, 서방세계에서는 원전 건설을 수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서방세계의 원전 건설 시장은 거의 한국의 독무대인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원전 회사들도 한국과의 협력이 매우 절실하게 됐고, 이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재생 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고, 특히 수소 에너지 시대를 대비해야 하지만, 우리에게 다가온 행운의 여신을 놓쳐서는 안 된다. 다행히 이재명 대통령은 재생 에너지를 중시하면서도 한국의 대표적 원전 건설사 사장을 산업통상자부 장관에 임명하고 그를 미국과의 관세 협상단의 주요 일원으로 참여시켜 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복불단행(福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듯, 전력 수요의 급격한 증대가 우리에게 주는 복은 원전으로 그치지 않는다. 전력은 생산지와 이용지가 다르기에 저장하거나 멀리 보내야 한다. 원전은 냉각수가 필요하기에 해안가에 지어야 해서 더욱 더 그러하다. 멀리 보내는 일은 전선과 그 보조 장비를 필요로 하는데 이들의 생산에서도 한국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또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발화하지 않고, 고온과 저온에도 잘 작동하고, 오래 성능이 유지되는 양질의 2차 전지를 생산해야 하는데 2차 전지 생산 기술에서도 한국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차 전지는 모바일 폰, 전기 자동자, 로봇, 드론 등의 동력원이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의 근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로의 전환에 소극적인 사이에 중국이 값싼 2차 전지를 양산해 전기차 등에서 세계 선두에 선 듯이 보이나 그것은 주로 국내용이거나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값싼 제품들이다. 중국은 한국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으나 한국은 중국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주기에 한국의 전기 버스들은 중국제가 석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 승용차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 배터리와 전기차 보급에서 한국 정부의 보다 더 세심하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원전, 2차 전지, 전기차 등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행운도 따르고 있지만, 우리 산업계가 오래 전부터 그에 대해 꾸준히 투자하고 연구하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기술을 발전시킨 덕택이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지 준비도 되지 않은 자에게 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준비 안 된 자는 행운이 와도 붙잡을 수 없다.  

우리는 전력의 생산, 이동, 저장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추었고 그 덕으로 행운의 여신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이 중요한 분야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 세심한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이효성 주필·전 성균관대 언론학과 교수·전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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