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트로트 르네상스] <30> 트로트 4인방(1)-현철 설운도

한양경제 2024-11-07 15:10:15
‘산노을에 두둥실 홀로 가는 저 구름아, 너는 알리라 내 마음을 부평초 같은 마음을, 한 송이 구름꽃을 피우기 위해 떠도는 유랑별처럼, 내마음 별과 같이 저하늘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 현철의 ‘내 마음 별과 같이’는 1986년 6월부터 1987년 3월까지 방영된 KBS TV 드라마의 삽입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앨범에 노래를 실으면서 현철은 대중과 더욱 친숙한 가수로 거듭나게 된다.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나게 한 ‘내 마음 별과 같이’는 현철 스스로도 가장 아끼고 사랑하던 곡이기도 했다. 자신의 가요 인생을 대변하는 듯한 정서를 담은 노래였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 동아대를 중퇴한 가수 현철은 남진과 나훈아의 전성시대에 가려져 있다가 4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여느 가수들이라면 은퇴를 하고도 남았을 시점에 사실상 데뷔를 한 것이다. 

현철은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듯한 창법으로 우직한 순정을 노래했다. 독특한 꺾음목과 굵고 떨림이 많은 요성으로 ‘봉선화 연정’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은 나비인가봐’ ‘싫다 싫어’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KBS의 가요대상 주인공이 되었다.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로 시작하는 ‘사랑의 이름표’는 선거 출마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곡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현철은 1980년대 이후 트로트의 중흥에 일익을 담당한 ‘트로트 4인방’의 맏형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다. 지난 여름 부인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마음 별과 같이’를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막걸리처럼 구수하고 인정스런 가요 인생의 마침표였다. 자신이 부른 노래처럼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부평초 같은 삶을 마감한 것이다. 너나없이 인생이란 그렇게 한 조각의 뜬구름(一片浮雲)인 것이다. 

타계한 현철은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와 함께 ‘트로트 4인방’으로 꼽혔는데, 현철이 최고 연장자였고 설운도가 막내였다. 현철과 설운도는 경상도, 송대관은 전라도, 태진아는 충청도 출신이다. 저마다 개성을 지닌 가수 인생에 곡절도 많았지만, 설운도처럼 극적인 등장도 드물 것이다. 설운도의 행운은 1983년 KBS가 휴전협정 30주년을 맞아 추진한 ‘이산가족찾기 특별 생방송’이 몰고 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삼십 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다 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메이게 불러봅니다’. 분단과 전쟁이 초래한 이산의 아픔을 노래한 절창 ‘잃어버린 30년’은 이미 취입을 끝낸 남국인 작곡의 ‘아버님께’라는 노래였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운명이 바뀌었다.

이산가족찾기 방송 주제곡으로 쓸 요량으로 급하게 가사를 교체한 것이다. 그렇게 재취입한 날 저녁 방송에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왔고, 온국민의 통점과 감성을 뒤흔들어 놓은 눈물겨운 이산가족 상봉 장면과 어우러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은 이산 가요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노래는 녹음 후 최단 시간에 히트한 곡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가수 설운도는 국민 가수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잃어버린 30년’의 흥행 덕분에 자신 또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헤어졌던 어머니와 동생들을 10년 만에 재회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반짝이 의상’을 하고 세련된 무대 매너와 정결한 목소리로 대중의 인기를 얻은 설운도는 ‘다 함께 차차차’ ‘쌈바의 여인’ ‘사랑의 트위스트’ 등 트로트 장르에 특유한 개성을 가미한 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대중가요에도 시절인연이 있는 것이다.


조향래 대중문화평론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향후 2~3년내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난 영향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고 한다. 특히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이어서 시행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