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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수첩] 파운더리 복귀한 삼성전자, 잊어서 안될 일은?

하재인 기자 2024-11-28 10:27:08
 한양경제 하재인 기자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에 빠진 반도체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과감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며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인사는 메모리와 파운더리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보여준다. 이재용 회장의 “반도체 초격차” 의지를 담은 이번 변화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그러나 과거에 의존하는 전략이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전영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메모리사업부와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이는 메모리 경쟁력 회복을 위한 강력한 신호로, 반도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다시 다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동시에 파운더리 사업부의 수장을 교체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신설하는 등 반도체 부문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파운더리 사업은 수주 부진과 적자가 이어지며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분야로,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러한 변화는 반도체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삼성전자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과연 이것이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글로벌 인지도를 쌓아왔으며,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생태계 경쟁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그러나 삼성 스마트폰은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애플 아이폰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용자 친화적인 생태계 구축이 중요한 시대에 삼성전자가 이러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게을리하면 안 된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아이폰과의 경쟁을 의식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면서 HBM 주도권을 놓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HBM 주도권 상실은 이러한 방향성의 혼란에서 비롯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라는 전통적 강점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경쟁력을 놓치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위험도 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경쟁력이자 캐시카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기업 성장과 지속 가능한 혁신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에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전방위적인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함께 추구하는 선택이야말로 삼성전자의 성공적인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이번 인사가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과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균형 잡힌 행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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