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1일 예정된 미국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재계 총수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현지 투자에 앞장선 재계 총수들은 잇달아 미국 현지도 달려가 힘을 보탰다.
이달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9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30일 정의선 현대차회장이 워싱턴 D.C로 출국해 네트워크를 총 가동했다.
세 총수의 출장은 한미 관세 협상 발효 직전 동시에 이뤄졌고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정부의 관세 협상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과 유럽연합은 미국과 관세율을 15%로 낮추는데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마치지 않은 국가에는 15~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미 관세 협상의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이번 미국 출장길에 오른 재계 총수들이 지원 사격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반도체 대미 투자 확대
이재용 회장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37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이번달 28일에는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2조7,64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의 텍사스 반도체 공장이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제조에 전념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의 실제 생산량이 계약금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방미에서 관세 협상들에 대한 것들을 논의하지 않겠냐 라고 전망한다”면서도 “누구를 만나고 어떤 논의를 하는지는 회사의 전략이기도 하니 공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재용 회장의 미국 방문이 관세 협상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 이라고 예측했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마스가' 연계 인력 양성 제안
김동관 부회장은 한국 정부가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제시한 ‘마스가’ 프로젝트와 연계해 미국 현지 인력 양성 방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하는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1억달러(약 1,380억원)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올필리조선소는 미국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선박을 건조한다. 한화오션은 직원들을 파견해 기술 훈련과 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필리조선소 내 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200명의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의 필리조선소 인수나 오스탈까지 확보하려는 노력들은 관세 협상 때문이 아닌 에전부터 물밑 작업을 해왔던 것”이라면서도 “이미 미국 내 조선소를 갖고 있고 결국 미국 사용해야 되는 미국 인력들의 기술력이 올라야되니 인력 양성 프로그램 관련해 필리조선소에서 양성하겠다는 식으로 협상을 많이 주도할 거라 본다”고 답했다.

■ 정의선 회장, 한미 관세협상에 힘보태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은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대규모 대미 투자를 결정했을 만큼 미국 시장에 공을 들였다.
정 회장은 당시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확대, 루이지애나주 철강 공장 신설 등 210억달러(약 29조283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협상이 어느 기업보다 현대차 그룹에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에 성공한 일본과 유럽연합(EU)처럼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지 못할 경우 최대 9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감소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올해 2분기 관세의 영향으로 1조6000억 원의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을 포함해 공화당 고위층과의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쳤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을 다지며 민간 외교 활동을 이어온만큼 경제계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이 한 미 관세 협상의 중요한 민간 지렛대 역할을 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민간 채널을 통한 협상 지원에 나섰다.
이들 총수들은 정부의 공식 협상 채널과는 별개로, 미국 고위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회동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와 고용 창출 기여도를 강조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경제인들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등 미국이 원하는 핵심 산업 분야에서 기업 총수들이 대규모 공급 계약과 현지 투자 계획을 앞세워 미국 주요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관세 협상에서 큰 힘이 될 것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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