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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시사칼럼] 신중해야 할 핵무장론

한양경제 2025-04-21 11:04:48
최근 우리나라에서 핵무장론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그에 의해서 그리고 ‘국민의 힘’의 일부 의원들에 의해서 그런 주장들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선거철에는 우심해진다. 그러나 핵무장론은 함부로 꺼낼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핵무장의 주장에는 매우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핵무장은 국제적, 안보적,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해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왜 핵무장론을 함부로 들먹이면 안 되는지 그 이유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는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이 이미 국제적으로도 핵전문가들에 의해 잘 알려지고 인정된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마음대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국제적 조약인 ‘핵확산금지조약(NPT, Non-Proliferation Treaty)’에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 조약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목적도 내세우고 있지만 그보다는 핵무기와 그 기술의 확산 그리고 핵무장의 완벽한 해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약은 1967년 이전에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1945), 러시아(1949), 영국(1952), 프랑스(1960), 중국(1964)을 예외로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거나 획득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핵무기 개발을 위하여 도움을 구하거나 받아서도 안 되고 핵 활동이 오직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안전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그 현장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조약은 탈퇴 조항도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이 조약은 모두 11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0조에서 “가입국은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이 조약의 주제와 관련된 특별한 사건들이 해당 국가의 최고의 이익을 해칠 경우에는 이 조약을 탈퇴할 권한을 가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경우 3개월 전에 다른 가입국들과 유엔 안보리에 통보해야 한다. 그 통지에는 그 당사자의 최고 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된 특별한 사건들에 대한 진술을 포함해야 한다.  

우리는 이 조항을 구실로 NPT를 탈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이미 핵무력을 가지고 있고 그 핵무력으로 남한을 위협함으로써 우리의 최고의 이익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학자들 가운데에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미국이 양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있는 미국이 그런 구실 하에 우리의 NPT 탈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일본, 대만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도 핵무기를 가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꾸어 우리에게 핵무기를 갖도록 허용할 것이라는 실제적인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IAEA 관계자들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그에 따른 국제적인 제재를 받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우리와의 군사 동맹이나 경제 협력을 중단할 수도 있기에 우리 경제와 안보가 매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더구나 국제적인 제재가 가해지면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심히 어려워질 것은 너무나 뻔하다. 굳이 핵무기를 개발해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어려움을 상기해보라. 무역에서의 어려움뿐만이 아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핵무기의 원료인 우라늄의 수입도 제재에 의해 금지될 것이기에 핵의 평화적 이용인 우리 원자력 발전도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가뜩이나 원자력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의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이 일어나게 된다.  

윤석열 정권은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 에너지 정책을 거의 무시해왔다. 그래서 핵 원료의 수입이 금지되면 전기 생산의 부족으로 우리 공장을 돌리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불가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설령 미국이 우리의 핵무장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는 핵무장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핵무기는 심지어 전쟁이 나도 함부로 쓸 수도 없는 데다 핵무장은 그 자체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우선 핵무장에는 많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폐기하는데 따른 처리도 쉽지 않다. 지금 우리는 원자력 발전으로 늘어나는 핵폐기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발전소 지하실에 계속 쌓아두고 있는데 그것조차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게다가 남한은 국토가 좁아 핵무기를 실험할 장소도 없다. 물론 핵무기 실험은 컴퓨터 모의실험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핵무기를 가졌지만 안보적으로는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 더구나 핵무기에 드는 비용만큼 재래식 무기에 드는 비용을 줄여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핵무장은 여야를 초월한 국가적 정책으로 결정해야 할 대상이고 그 결정을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논의하여 합의를 이뤄야할 사항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도 없이 당이나 개인의 인기영합적인 핵무장론은 삼가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핵관련 정책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의한 농축과 핵잠수함의 건조와 운영이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허용을 받아내야 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이 두 가지다. 쌓여만 가는 핵폐기물을 농축하면 그 양을 20분의 1정도로 줄일 수 있고 핵연료를 더 마디게 쓸 수 있다. 그리고 잠수함은 가급적 노출되지 않아야 하기에 바다 속에서 무한정 다닐 수 있는 핵잠수함이어야 하고 잠수함에 설치할 수 있는 소형원자로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수준이다. 우리는 핵무기가 아니라 이 두 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효성 전 성균관대 언론학과 교수·전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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