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의 시사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한글
2024-10-29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했던 미 대선이 민주당의 후보가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바뀌면서 역전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지난 10일(현지 시간) 해리스와 트럼프의 TV토론의 결과로 해리스가 점점 더 우세를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가 당선되면 바이든 정책을 이어갈 것이기에 미국 외교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고 우리가 특별히 대비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아직은 트럼프의 대통령 재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가 당선되면 미국의 대외정책이 크게 바뀔 수도 있기에 우리는 그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고립정책을 선호하여 외국과 전쟁을 벌이거나 전쟁에 개입하기보다는 평화를 추구하는 외교 정책을 지향한다. 사실 그는 자기 임기 4년 동안 어떤 전쟁도 일으키지도 개입하지도 않았으며 또 그 사실을 자랑한다. 그리고 자기가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의 개입도 즉각 중단할 것임을 밝혀왔다. 그가 집권하면 중국과의 관계는 더 나빠질 수도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성향은 한국에게는 매우 유리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얼어붙은 관계가 해빙되면 한국은 러시아와 산업과 시베리아 개발에서 긴밀히 협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산업이 점점 고도화하고 있어 많은 부분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기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더 세지면 한국 산업으로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그러나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반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화석 연료의 규제를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그런 성향이 정책으로 현실화하면 현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의 이차전지 및 전기차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정책과 대중국 견제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 이차전지 및 전기 자동차 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적극 유치하여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래서 미국의 친환경 정책이 후퇴하면 이들 한국 기업들을 포함하여 한국 이차전지 및 전기차 산업은 낭패를 당하게 된다. 우리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이 점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세계2차대전 이후로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친일적이다. 민주당 행정부에서 한반도 현상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이 한반도의 현상 유지의 방향으로 민주당 행정부를 설득하기 때문이다. 미 민주당 정부가 친일적이라는 상징적인 사건의 하나가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5월 27일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히로시마를 방문하여 원폭자료관을 방문하고 원폭피해자 묘역에 헌화하고 연설한 일이다. 그는 원폭 투하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지만 모든 원폭 희생자를 추모했으며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전범국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오바마의 이런 행동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더 가깝게 끌어들이려는 제스처였지만 공화당과 트럼프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때 김정은을 세 번이나 만났다. 진정성이 없는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고 실제로 그런 모습도 컸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무엇인가 조그만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아무것도 않고 그래서 현상을 더욱 강고하게 고착시키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안보 보좌관이었던 제임스 볼튼이 일본과 협력하여 하노이에서의 정상 회담을 성과 없이 끝내도록 유도했다. 볼튼이 아니었더라면 미국과 북한 관계에, 따라서 남북 관계에, 큰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컸었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개선하려 할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기를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핵무기를 가진 나라와는 잘 지내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트럼프의 자세는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반하는 것이지만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북한 관계에 어떤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실 한반도 비핵화 전략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기에 비현실적인 전략이며 보다 더 현실적인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 행정부에서는 거부하곤 했던 우리의 미사일 탄두 중량과 사거리 규제를 완전히 풀어주었다. 그 덕에 우리의 군사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리고 지금 일부 트럼프 진영의 인사들 가운데에는 한국 핵무장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로서는 핵무기 보유 문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지만 핵무기 보유에 앞서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일이 있다. 사용된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와 잠수함에 소형 원자료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한 미국의 승인이다. 미국은 일본에게는 사용된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를 오래전에 허용해 주었으나, 한국에게는 우리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불허해 왔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이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다시 과도한 미군 주둔비를 요구할 수 있다. 트럼프는 그의 첫 집권기에도 미군 주둔비를 턱없이 요구한 적이 있다. 다행히 그때 트럼프 행정부의 말기여서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미루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본격적인 협상을 개시하여 본래 트럼프 요구했던 금액보다 훨씬 더 낮은 금액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이 금액도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203개 시민단체는 지난 7월 10일 제12차 방위비 분담 협정에 즈음하여 ‘주한미국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대폭 삭감!’이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이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제11차 협정에서 유례없는 인상률이 적용되었음에도 미국은 ‘한미 동맹에 대한 강력한 투자’라며 또다시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국 주둔비용은 2025년에 1조 5천억 원이 예상되지만 여기에는 세계 최대의 최신식 미군기지 건설 기부, 무상 토지 제공, 각종 세금 면제 등 간접지원 비용을 합치면 2021년 한 해에만 3조 4천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은 이미 막대한 비용을 주한미군에 지원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민단체들의 합리적인 요구, 한국 내의 미군 주둔비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 주한미군의 주둔이 한국 안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대러 견제의 목적이 더 크다는 점, 전범국 일본과 독일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미군 주둔비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윤석열 정부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제1 견제 세력이 된 후 한국의 지정학이 미국에게는 더없이 중요해졌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의 심장부를 겨눈 비수나 망치 같은 존재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거나 한국에 미군 기지가 없다면 중국 견제에 훨씬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더 많은 비용을 들여도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한국을 동맹국으로 둔 전략적, 전술적, 실제적 이점을 상쇄할 수 없다. 우리는 북한 견제를 위해서 미군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큰 정도로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서 한국과의 동맹과 한국의 미군 기지가 필요하다. 그러니 미국이 미군 철수 운운한다 해도 우리는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그것은 미국에게 더 큰 손해기에 실제로 그럴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그 경우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해도 미국은 우리를 제재할 수 없다.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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