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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시사칼럼] 우리 북방정책의 새로운 기회

한양경제 2025-03-16 09:34:24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다.

어쩌면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7%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어왔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4%로 감소했다. 그래도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대체로 3%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2% 안팎이나 그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2019년 2.3%, 2020년 –0.7%, 2021년 4.6%, 2022년 2.7%, 2023년 1.4%, 2024년 2%였다. (여기서 2020년과 2021년의 들쑥날쑥은 코로나19 때문으로 예외적인 경우다.) 그리고 2025년 및 2026년에 대한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각각 1.5%, 1.8%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계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트럼프의 돌출적인 관세정책으로 앞으로 커다란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산업의 재편 및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기대되는 새로운 돌파구는 우리의 북방정책에서 열릴 수 있다. 그러한 돌파구가 열리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트럼프의 의지가 확고하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만나 30일간의 임시 휴전 방안에 전격 합의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며 “이에는 러시아의 수락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회담에서 전쟁 포로 교환, 민간인 수감자 석방, 러시아로 강제 이송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국 등의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제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이 결과를 좌우하게 됐다. 

미국의 도움 없이 우크라이나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하기 쉽지 않고 러시아 또한 속으로는 종전을 원하기에 머지않아 러-우 전쟁이 끝나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념이나 가치나 동맹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미국이나 미국 기업의 이익이라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성향으로 보건데,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견제를 위해서 그리고 러시아와의 거래를 위해서, 러시아와 보다 더 적극적이고 상생적인 관계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유럽과 상의하여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풀고 러시아와 한국을 함께 G7에 가입시켜 G7을 G9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트럼프 1기에도 제안된 바 있다. 그러면 우리 북방정책의 새로운 기회는 그때부터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되도록 우리는 우리의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우리가 북방정책을 추구하고 있듯, 푸틴의 러시아는 동방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에서 가장 낙후한 극동지역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개발을 위한 자본, 기술, 인력이 부족한 러시아는 그것들을 가진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파트너로 러시아가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동방정책의 잠재적 파트너로는 중국, 인도, 일본도 있으나 중국은 러시아가 역사적으로 가장 경계하고 배척하는 이웃이고, 인도는 기술력과 자본력이 부족한데다 전적으로 신뢰하기도 어려운 나라이고, 일본은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과거 적국이었고 오늘날도 북방 4도의 영유권 문제로 분쟁하는 껄끄러운 존재다.  

그래서 역사적인 악연도 없고 러시아에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본과 기술을 가진 한국이 동방정책의 파트너로는 우선순위의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에게 한국은 수퍼 갑’이라는 한 러시아 국제정치 교수의 표현이 과장만은 아니다. 

더구나 러시아인들은 한국, 한국인, 한국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그 어느 나라 국민보다 더 높다. 특히 러시아인들에게 한국 자동차, 가전제품, 모바일 폰, 식품 등의 인기가 매우 높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1998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 러시아에 진출해 있던 한국의 기업들은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어려움을 함께 한 데 대해 러시아인들이 받은 큰 감명이 작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러-우 전쟁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인 지원 외에 무기 지원이나 판매는 하지 않았고, 이점에 대해 러시아는 한국을 매우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도 북한과 밀착하면서도 첨단 무기 기술은 북한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나라가 공히 서로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음으로써 전후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셈이다. 

한국의 북방정책과 러시아의 동방정책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파트너인 셈이다. 한국은 러시아와 협력해 노후화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복구하고 북한을 통해 남한으로 연결하면, 그리고 북극항로를 개척하면, 우리 제품의 유럽 수송의 거리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또 러시아 가스와 석유와 수소의 수입에도 유리하다.  

그리고 한국과 러시아는, 러시아의 한 전략가가 제안한 바처럼, 시베리아에 한러 공생국가 설립에 의해 시베리아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에도 나설 수 있다. 한·러 협력관계는 극동개발에 국한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러-우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본토뿐만 아니라 돈바스를 비롯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재건 사업의 규모도 크고 시급하다. 이들 사업에 러시아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절실하다. 여기에 북한의 노동력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방위산업 외에는 제조업이 낙후하여 풍부한 자원을 팔아 소비재를 수입하는 나라이기에 우리 제품의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 한국 제조업과 러시아의 기초과학 및 국방기술의 협력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과 러시아는 상호협력으로 서로 상생하고 윈윈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 덤으로 러시아는 자연스럽게 남북관계의 중재자가 되어 중요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 가운데 러시아는 한러 협력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여 남북통일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중국은 한반도를 완충지역으로 묶어두려 하기에 남북통일을 원치 않고, 일본은 한국이 강대해지는 것을 막으려 남북통일을 원치 않는다.  

“전략적 인내”라는 구호가 암시하듯, 미국의 민주당 정부 또한 한반도의 현상 변화를 원치 않는다. 다행히 트럼프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다. 트럼프 1기에는 김정은과 세 번이나 만났지만, 안보보좌관 존 볼턴의 방해로 가시적인 성과를 결과하진 못했다. 트럼프 2기에는 아무런 방해 없이 북한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트럼프 집권 시에 한러 관계와 남북 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북방정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기회는 우리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는 우리 북방정책 그리고 나아가 우리에게 천우신조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것으로 그 기회가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 기회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우리의 의지와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남북 관계의 개선과 현상 변화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 정부는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정부와 함께 한 목소리로 적극적인 대미, 대러시아, 대북 외교를 펼쳐 나가야 한다.

이효성 전 성균관대 언론학과 교수·전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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