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르네상스] <51> 작사가 조명암과 박영호
2025-05-02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의 애원이란다, 못다한 그 사랑도 태산 같은데,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신행일이 1967년 영화 OST곡으로 부른 노래를 현철과 나훈아가 1980년대에 리메이크 한 ‘청춘을 돌려다오’는 지나간 청춘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의 감성이 절절하다. 시조 ‘탄로가’의 대중가요적 변주에 다름 아니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속인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 번 사랑 땜에 울고 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2005년 나훈아가 부른 ‘고장난 벽시계’는 무정하게 흘러가버린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다. 되감을 수 없는 인생 시계를 은유한 가사들이 사뭇 비장하다. 그 속에 돌아오지 못할 사랑과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췄지만 세월은 고장도 없이 흘러가는 것을 탄식하고 있으니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삶에도 세월의 무게가 실린 것이다. 나훈아 특유의 감성적인 보컬과 서정적인 멜로디는 여전한데 해학적인 노랫말에 리듬은 경쾌하다. ‘한두 번 사랑 땜에 울고 났더니’라는 가사에서는 곡절이 많았던 사랑의 비화가 스며있다. 결국 가버린 세월을 되돌릴 수 없다는 달관의 감성마저 배어있는 노래이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로 시작하는 노래 ‘가는 세월’은 청년 가수 서유석의 인생사가 담긴 곡이다. 197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서유석이 활동금지 조치 후 3년 만에 복귀하며 발표한 것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최고의 히트작이다. 저항가수의 가장 대중적인 인기곡이라는 역설의 가요이기도 하다.
대마초 파동으로 공백 상태가 된 가요계를 메우기 위한 당국의 강요로 마지 못해 방송에 복귀하고 취입한 곡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풍상에 삭힌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에 실은 노래의 가사에는 권력과 인생의 무상함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내 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라는 구절에서 변함없는 신념을 토로하면서 대학가와 젊은 직장인들의 인기 가요가 되었다.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일이 아직 남아 못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 이애란이 부른 국악 버전의 트로트곡 ‘백세인생’은 100세 시대를 사는 중장년층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크게 유행했다. 가수의 인생역전을 상징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꽃피는 봄보다는 낙엽 지는 가을에 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한창 젊은 나이에는 몰랐는데 귀밑머리 희끗한 초로의 나이가 되고서야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을 절감한다. ‘연못가 봄풀이 꿈도 깨기 전에, 섬돌 앞 오동잎은 어느새 가을 소리인고’(味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라는 주자(朱子)의 일침(一鍼)이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다. 남은 세월이라도 허송하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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