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논술] <2> 심리적 함정과 합리적 선택
2025-05-19

우린 늘 ‘똑똑한 투자’를 꿈꾼다. 차트 분석, 수익률 비교, 리스크 관리까지 완벽하게 해보겠다고 작정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친구가 올린 수익 인증에 마음이 흔들린다. 조금 전 뉴스에서 본 '대박주'에 눈길이 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클릭한 '매수'....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전통 경제학은 인간을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봤지만, 행동경제학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심리적·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선택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 습득과 필요한 시간 내에 정확한 계산, 그리고 그에 따른 합리적 판단과 행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밝혀냈다.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비합리적 투자 심리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제한된 합리성’으로 모든 정보를 알고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둘째, ‘확증편향’으로 내가 산 주식의 좋은 뉴스만 보이고, 나쁜 소식은 ‘일시적인 거야’라며 무시한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다. 셋째, ‘손실회피 성향’으로 마이너스 30% 계좌를 보고도 팔지 못한다. 이익을 얻는 기쁨보다 손실을 피하려는 심리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넷째, ‘프레이밍 효과’ 때문에 ‘이 종목은 반등할 확률이 90%’라고 들으면 긍정적으로, ‘실패 확률이 10%’라면 불안하게 느껴진다. 다섯째, ‘닻 내림 효과’로 어떤 주가가 과거 10만 원까지 올랐던 기억이 있는 투자자는 지금 그 주식이 5만 원으로 하락했지만 계속 보유한다. 10만 원이라는 과거 고점이 ‘닻’ 역할을 해 기업 실적이나 시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투자자의 비합리적 심리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손실의 고통이 이익의 기쁨보다 더 크다고 느껴 손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는 경우, 손절 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감정 개입을 최소화한다. 둘째, 보고 싶은 정보만 보고 반대 정보는 무시하는 경우,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이나 비판적 분석도 탐색한다. 셋째, 과거 가격이나 첫 정보에 고정되어 판단할 때에는, 현재 가치 기반의 분석 훈련과 숫자에 거리두기 훈련이 필요하다. 넷째, 프레이밍 효과로 정보 표현 방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수치를 객관적으로 재해석하고 비교 검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투자는 숫자 싸움 같지만, 사실은 감정과의 싸움이다. 행동경제학은 ‘우리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잘못된 반복을 피할 수 있는 단서를 준다. 주식 창을 열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습관. 그게 어쩌면 장기적으로 가장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행동경제학은 금융, 정책,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개인의 의사결정 및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변기에 그려진 파리 그림은 행동경제학의 넛지(Nudge) 기법을 활용한 사례 중 하나이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처음 도입된 이 방법은 남성들이 소변을 볼 때 집중력을 높여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이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라면,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것이다-
●관련 면접질문 예시
•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 합리적 선택은 가능한가? 인간의 의사결정은 왜 실패하는가?
• 넛지 정책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도 행동을 바꿀 수 있는가?

필자 - 박병윤 박사(경제학) : 현)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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