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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논술] <4> 결혼, 사랑인가? 경제인가?

한양경제 2025-06-02 17:12:04

"결혼은 미친 짓이야." 한 친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나는 웃으며 반문했다. "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건 좋은 일 아니야?" 이에 대한 그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좋은 일이긴 하지. 하지만 경제적으로 따져보면 결혼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있어." 

이 대화는 결혼을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잘 보여준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Gary Becker)는 결혼을 '단순한 감정적 결합이 아닌 경제적 계약'으로 설명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결혼은 각 개인이 상대방의 비교 우위를 활용해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즉,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을 통해 경제활동, 가사 노동, 육아 등을 분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결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베커의 이론을 적용하면 결혼은 비용과 편익을 따져 결정하는 경제적 선택이다. 예를 들어,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며 소득을 공유하면 경제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그리고 어려운 순간에 서로를 지지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결혼을 통해 자녀를 함께 키우며 교육 투자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반면에 결혼의 비용도 존재한다. 결혼하면 선택의 자유와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배우자와 의견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어 갈등의 비용도 발생한다. 나아가 주거비용, 육아 비용,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할 때, 결혼은 단순한 감정적 선택이 아니라 경제적 분석을 통해 결정되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결혼을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면, 결혼 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결혼 적령기의 남녀 비율에 불균형이 발생하면 결혼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진다. 실제로 중국에서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남성들이 결혼을 위해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결혼 시장에서는 동질혼(homogamy)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즉,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경제적 수준, 교육 수준, 가치관을 가진 배우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결혼이 단순한 감정적 결합이 아니라 경제적 안정성을 고려한 선택임을 보여준다.

"그럼 너는 결혼할 거야?" 친구가 다시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결혼은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결국 사랑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 결국은 감정도 중요하지." 결혼은 단순한 경제적 계약이 아니라 사랑과 경제의 균형 속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이다. 경제적 안정성과 정서적 만족을 동시에 고려할 때, 결혼은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 결국, 결혼은 미친 짓일까? 아니면 합리적인 선택일까? 그 답은 각자의 가치관과 경제적 상황에 달려 있다.

결혼 경제학은 결혼을 단순한 감정적 결합이 아니라, 자원 배분과 효율성을 고려한 경제적 선택과 협력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결혼과 가정의 역할을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결혼율 감소와 저출산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박병윤 교수

필자 - 박병윤 박사(경제학) : 현)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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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민
    박정민 2025-06-03 15:23:14
    결혼에 대한 시각의 균형을 잡는데 좋은 칼럼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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