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논술] <4> 결혼, 사랑인가? 경제인가?
2025-06-02

"요즘 애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더라." 친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교육비도 비싸고, 육아휴직도 눈치 보이고… 그러니 다들 출산을 꺼리는 거지." "그런데 경제학적으로 보면, 저출산이 당연한 거라던데?"
이 대화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Gary Becker)의 출산 경제학을 떠올리게 한다. 베커는 출산을 단순한 감정적 선택이 아니라 경제적 결정으로 바라봤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를 낳을 때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며,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녀의 수보다 질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베커의 이론을 적용하여 저출산의 원인을 따져보자. 첫째, 부모들은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려고 하지만, 교육비가 너무 높아지면서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부모들이 자녀 수를 줄이고 교육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과거에는 여성들이 결혼 후 육아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사회 진출과 경제적 독립이 중요해졌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경력 단절을 초래할 수 있어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다. 셋째, 출산과 육아는 부모에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를 키우는 것이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출산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저출산은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평균 근로연령 상승, 저축・소비・투자위축 등에 따라 경제활력 저하와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 노인인구 부양을 위한 생산가능 인구의 조세・사회보장비 증가로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출산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가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출산을 경제적으로 유리한 선택으로 만들어야지."
베커의 이론에 따르면, 출산율을 높이려면 출산과 육아의 비용을 줄이고, 편익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육아 지원을 확대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보육비 지원을 확대하면 부모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스웨덴처럼 무상 보육과 육아휴직 보장 정책을 시행하면 출산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일-가정 양립 정책을 강화한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활성화, 아빠 육아휴직 확대 등을 통해 부모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출산과 육아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미디어 캠페인을 벌이고, 결혼과 출산을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도 결국은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가 다시 물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경제적으로 유리해도, 결국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하지.“
출산은 단순한 경제적 결정이 아니라 사랑과 경제의 균형 속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경제적 안정성과 정서적 만족을 동시에 고려할 때, 출산은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 될 수 있다. 결국, 아이를 낳을까 말까? 그 답은 각자의 가치관과 경제적 상황에 달려 있다. 나아가 사회 전체로 보면 저출산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변화가 필요한 복합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다양한 정책과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 - 박병윤 박사(경제학) : 현)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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