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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논술] <8> 사랑의 경제학

한양경제 2025-07-01 15:50:19
박병윤 박사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상우의 이 한마디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변해버린 감정 앞에서 무력해진 한 인간의 절규이며, 사랑의 유효기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순수한 마음의 저항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의 언어로도 얼마든지 탐구할 수 있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은 존재할까?”
뇌과학에서는 사랑을 감정이라기보다 생화학적 반응의 결과로 본다. 사랑은 욕망-끌림-애착이라는 세 단계로 나뉘며, 각 단계는 서로 다른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주도한다. 열정적 사랑이라 할 수 있는 욕망과 끌림의 단계는 보통 18~30개월 정도 지속되며, 이 시간이 지나면 생리적 내성이 생기고 설렘은 점차 줄어든다. 즉 사랑에도 유효기간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의 언어로 보자면, 연인에 대한 사랑도 일종의 재화를 소비하는 행위이다. 인간은 늘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고민하며, 감정 역시 이 틀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기서 핵심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어떤 재화의 소비가 반복될수록 추가적인 만족도, 즉 한계효용이 점점 줄어드는 원리다.  

연애 초반의 설렘은 매우 강렬하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같은 행동에서도 감정적 만족은 줄어든다. 이는 사랑 역시 감정의 반복 소비라는 점에서 효용이 체감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랑이 처음과 같은 강도로 영원히 지속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제학은 동시에 반론의 도구도 제공한다. 보완재 개념이 그렇다.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관계라면, 함께할 때 효용은 극대화된다. 상대가 나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면, 그 관계는 시장에서의 ‘독점재’처럼 더욱 강력해진다. 반대로 대체 가능한 사람이 많다고 느껴지면, 사랑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게임 이론도 사랑을 설명하는 데 흥미롭다. A와 B가 서로 호감을 느끼지만, 먼저 고백하면 상처받을까 봐 머뭇거리는 상황은 고전적인 ‘죄수의 딜레마’와 닮아 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마음을 열면 최고의 결과를 얻지만, 한쪽만 움직이면 손해를 입는다. 그래서 둘 다 침묵하는 전략을 택하다 보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사랑에도 전략이 필요하며, 때로는 용기 있는 협력이 가장 큰 보상을 안겨준다. 

기회비용 개념도 중요하다. 누군가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선택지를 포기하는 것이다.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큰 효용을 줄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려 한다. 결국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유효기간을 넘겨 사랑이 지속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같은 사람이라도 새로운 경험을 함께 하면 ‘재화의 다양화’처럼 효용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 예들 들어 같은 데이트 코스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장소와 활동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함께 시작해 본다. 또한 데이트를 ‘묶음 상품’처럼 구성하면 감정의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단순한 데이트가 아니라 “함께 요리+영화+대화”처럼 감정적 경험을 패키지화하는 것이다.  

더불어 문자, 칭찬, 스킨십 등 일상의 작은 표현들은 상대의 신뢰를 쌓는 신호가 되므로 지속적인 전달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계 안에서 서로가 서로의 보완재가 되고,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사랑 게임의 경쟁력이다.  

감정의 프레임을 바꾸는 ‘리프레이밍’도 유용하다. 익숙해 설렘이 줄었다는 것을 ‘지루함’이 아니라 ‘안정감’으로 재해석하면 감정의 질감이 바뀐다. 애정을 한 번에 몰아 쓰기보다, 자주 그리고 작게 표현하는 게 효용의 지속에 더 효과적이다. 사랑은 고정된 감정이 아니라, 조율 가능한 관계이다. 

“사랑의 경제학?”
결국 ‘사랑은 영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상대방이 나에게 얼마나 지속적으로 높은 효용을 주는 존재인가?” 그리고 “그 효용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하는가?”로 바꾸어 볼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사랑이 영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자신에 대한 한계효용의 체감의 속도가 느리고, 그 정도가 작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동시에 선택이고 전략이며 협력적인 게임으로 볼 수 있다. 경제학은 그 감정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또 하나의 논리적 언어이다.


필자 - 박병윤 박사(경제학) : 현)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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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민
    이수민 2025-10-11 14:51:26
    사랑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할 생각은 못 해 봤는데, 이렇게 보니 모든 인간의 행동은 경제학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서는 리프레이밍에 관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익숙해진 것을 지루함이 아니라 안정감으로 재해석하는 것 등은 평소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고정된 감정이 아니라 조율 가능한 관계라는 말도 좋아서 앞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 신정우
    신정우 2025-10-10 22:23:01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현실은 아프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설렘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오히려 아름답게 다가왔다. 사랑의 유효기간과 한계효용 체감 법칙은 감정 변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반복되는 일상 속 설렘이 줄어드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재 개념과 새로운 경험, 전략적 소통이 사랑을 지속시키는 열쇠임을 깨닫게 한다.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마음의 감동과 함께 서로에게 끊임없이 투자하는 협력과 노력의 과정임을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되새기게 한다.
  • 정지호
    정지호 2025-10-09 19:16:05
    사랑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해석하니, 감정조차 선택과 효용의 문제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으로 시간과 반복에 따라 설렘이 줄어드는 현상을 알 수 있었고, 사랑을 계속하려면 서로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새로운 경험과 일상의 작은 표현으로 효용을 재창출하고,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랑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임을 깨달았다.
  • 홍서영
    홍서영 2025-10-08 23:39:12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에 경제학의 개념(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일상에서 '감정 소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갈등이나 관계 유지 과정에서 감정 소비를 더 많이 한다. 지속적인 감정 소비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이 과정에서 관계가 소홀하게 변할 수 있다. '감정을 소비한다'라고 하는 것에 이미 경제학의 의미가 내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정 역시 하나의 '자원'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분배하고 관리 하느냐가 인간관계의 지속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 최유리
    최유리 2025-10-08 16:11:15
    사랑을 경제학과 게임 이론으로 분석한 글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감정의 설렘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드는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으로 설명하고, 보완재와 기회비용 개념으로 관계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각이 흥미롭다. 결국 사랑을 지속하려면 전략적 노력과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며 감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존재하지만 개인의 선택과 관계 관리에 따라 충분히 연장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전성윤
    전성윤 2025-10-05 22:30:21
    평균적으로 사랑은 초반에는 크기가 아주 크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랑의 크기는 줄어든다. 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신뢰와 효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은 혼자 할 수 없다. 연인 간 서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면 그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도 역시 게임처럼 전략적인 것이고 밀당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박노영
    박노영 2025-10-05 20:55:35
    에세이에서 언급한 사랑의 유효기간은 우리가 소위 생각하는 콩깍지로 인식된다. 콩깍지가 벗겨지면 상대방의 단점이나 티클이 부각되어 보인다. 하지만 주변을 부면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죽을 때까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사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노부부에게서 볼 수 있는 사랑의 형태는 연인끼리 있을 때 보이는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즉, 사랑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설렘만이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정, 소속감, 추억 등도 사랑이라고 인정한다면 훨씬 더 다채롭고 풍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 이경현
    이경현 2025-10-05 00:07:46
    사랑에 유효 기간이 있다는 해석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이는 사랑을 재화가 소비되는 행위가 아닌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로 생각하였기에 새롭게 다가온 거 같기도 하네요. 칼럼에서 사랑을 하나의 경제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과 추억을 쌓는 거, 새로운 활동에서의 기억들을 남기는 거와 같은 다른 추상적인 활동들도 경제의 잣대로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숫자로 정확히 측정되지 않기에 모호하다는 한계점이 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 김민채
    김민채 2025-09-23 15:25:09
    경제학적 관점에서 사랑을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왜 사람들이 한 사람만을 꾸준히 사랑하기 어려운지에 대해 추상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는데, 경제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풀어내니 훨씬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사랑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내가 한계 효용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 조율을 통해 가장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신진희
    신진희 2025-09-21 12:13:41
    사랑을 경제학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것이 참 인상적입니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과거에 들은 기억이 있어 사랑을 오래 지속하는 사람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보완재나 독점재의 경우로 해석할 수 있었군요. 한계효용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며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만 노력해선 안 되고 서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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