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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톺아보기] 부동산 신탁회사의 갑질, 이제는 멈추어야 

한양경제 2025-06-10 15:03:15
부동산 신탁회사의 갑질이 가끔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일부 신탁회사는 상습적으로 불공정 약관을 사용해왔다.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개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신탁계약서를 작성하고, 임의로 본문과 특약조항으로 구분하여, 신탁기간의 자동연장 조항, 위탁자 등의 이의 제기 금지, 신탁회사의 면책 조항을 포함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불공정약관으로 지적받고도 그대로 사용해왔다. 약관을 신고하거나 공시하지도 않았고, 이를 이유로 제재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며, 감독기관은 제대로 된 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탁회사는 신탁기간 자동연장 조항을 통해, 사업이 완료되어도 정산을 지연시킴으로써, 그 정산시점까지 신탁보수와 신탁계정 대여금에 대한 고율의 이자를 취하였고, 심지어 임직원들에게도 대여금을 넣게 한 뒤, 고율의 이자를 받아가게 하였다. 신탁회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 분양대행계약을 맺거나, 거의 분양가의 30%에 가까운 분양대행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깜깜이 정산서 1장을 내밀면서, 위탁자나 수익자가 정산자료를 요구하여도 응하지 않은 채, 신탁보수 등을 지급하고 나면 수익자 또는 위탁자에게 정산하여 지급할 게 없다고 한다. 수익자나 위탁자는 이익은커녕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되고, 신탁사업은 부실화 내지 위축되고 만다.

부동산 신탁이란 부동산 소유자가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신탁회사가 이를 관리·운영하거나 처분하는 제도이다. 토지신탁은 위탁자인 토지소유자가 위탁한 토지를 신탁회사가 개발한 뒤 분양 또는 임대하고, 일정 비용을 공제한 수익을 지정된 수익자에게 배당하는데, 신탁회사가 개발사업의 자금조달까지 담당하면 차입형 토지신탁, 자금조달을 제외하고 자금 입출금 등 관리업무만 담당하면 관리형 토지신탁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담보신탁, 분양관리신탁, 처분신탁, 관리신탁 등이 있다. 1990년 「4·13 부동산투기억제대책」시행을 통해서 기존 금융기관과 별도로 부동산신탁회사를 설립하게 된 이후, 신탁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2024년 6월 기준, 수탁고는 약 405조원에 달한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법은 뭘 하고 있나? 신탁에 적용되는 법령으로는 신탁법,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고 함) ,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소비자보호법’이라고 함), 「금융투자업규정」 및 시행세칙,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고 함) , 금융위원회의 「책임준공확약 토지신탁 업무처리 모범규준」,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등이 있다. 
 
신탁에 관한 일반법이라고 할 수 있는 신탁법에 의하면, 수탁자인 신탁회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탁사무를 처리해야 하며, 신탁사무와 관련된 장부 및 서류를 갖추어 두고 그 사무의 처리와 계산을 투명하고 명백히 해야 한다. 수탁자는 신탁재산의 운용, 사업의 진행 과정, 지출 및 수익 처리 전반을 투명하게 기록 및 정산하고, 신탁종료 후에도 관련 서류를 일정기간 보관해야 하며, 위탁자나 수익자는 신탁회사에게 신탁사무 처리·계산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복사하도록 요구하거나 구체적인 설명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 및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신탁재산 및 여유자금의 운용방법, 불건전 영업행위, 신탁재산의 회계처리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신탁회사에게 선관의무, 충실의무, 설명의무, 장부·서류의 열람 및 공시 등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약관을 금융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통보받은 약관을 심사한 후, 그 결과를 통보하고 그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약관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탁회사 등에게 약관을 변경할 것을 명할 수 있다. 또한 신탁회사는 약관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여 공시하여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회사의 약관운용에 관한 규정」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약관규제법은 불공정한 약관의 무효 및 사업자의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연쇄적인 약관에 관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신탁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는 이유와 개선책은 무엇일까?

법령을 지키려는 준법의지가 약하다. 약관과 관련한 각종 법령상 의무를 위반하여도 제재는 대부분 과태료 수준에 불과하다. 불공정 계약 내용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고, 표준 부동산신탁계약서의 제정도 필요하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부동산 신탁에 관한 조항이 많지 않고, 금전신탁 위주로 되어 있다. 신탁법, 신탁업법, 자본시장법 간 규제의 영역을 명확화하고, 부동산 신탁에 있어서 각 당사자의 권리·의무 관계를 실효성 있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탁회사의 정산의무 이행, 회계처리의 투명성에 관한 규정도 미비하다. 성실하게 정산내역을 공개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회계전문가에 의한 회계 감사를 할 수 있거나 민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의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신탁회사의 책임과 회계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수익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신탁의 자금 조달 방식을 다양화하고, 신탁회사가 신탁계정 대여금을 투입하는 경우, 이에 대한 보다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 신탁회사의 갑질을 묵인하는, 법 너머의 부동산 신탁은 이제 법령에 의해 규율되고 개선·발전하여야 할 것이다.

박민재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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