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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톺아보기] 감성주의의 위험한 접근,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한 입법

한양경제 2025-05-23 15:58:00
2022년 8월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하청 노조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노동조합 등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었다. 회사 측이 노동조합 등에 대하여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과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함)개정안이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찰을 달고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사용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자, 어떤 사람이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 봉투를 보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그 노란 봉투는 손해배상금 마련에 도움을 준 것이지, 손해배상 자체를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었다고 할 것임에도, 파업에 대한 면죄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은 마치 ’희망‘ 내지 ’보호‘의 손길처럼 ‘노란 봉투법’라는 감성적인 별칭으로 표기되고 있다. 

현행 규정이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으며, ‘노란봉투법’의 골자는 무엇인가?

우리 헌법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헌법 제33조 제1항),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를 ‘파업ㆍ태업ㆍ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6호). 또한 쟁의행위는 그 목적ㆍ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되고,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며,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며(제37조),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사용자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제3조),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가 적용되어 형사책임을 지지도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그렇다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 노동조합법 제3조 소정의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란 무엇인가?

판례는“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7두10891 판결).

헌법재판소도 “헌법에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취지에 적합한 쟁의행위만이 면책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노동관계 당사자가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상의 한계를 존중하지 않으면 아니되며 그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한 범위 안에서 관계자들의 민사상 및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다. ”라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9헌바168결정).

이와 같이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노동조합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사용자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그러한 한계를 벗어난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손해배상책임 때문에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3권 행사가 제약받는다고 하기 어렵다. 만약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시, 노동조합법이 정한 목적, 절차 등을 준수하였다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받았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손해배상책임도 면제받았을 것이다. 노동조합법이 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회사의 손해를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으면서도, 가장 최후의 강제수단인 물리력을 행사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정당성 있는 쟁의행위로 인정받는 요건이나 절차가 비합리적으로 까다롭다면, 해당 조항을 개정하거나 판례 등을 통해 변경해 나갈 수 있다. 손해배상 전반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볼 사정변경이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여러 건의 개정안에 각기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손해배상 제한과 관련하여 살펴보자.

각 개정안은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행위,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 사용자가 노동조합・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하거나 그 재산을 압류・가압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위법한 단체교섭・쟁의행위 등의 경우에도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고(민법 제750조),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사상 면책을 하고 있으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사용자의 재산권 및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위법한 쟁의행위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한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를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지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그대로 사용자의 부담으로 남게 되고, 사용자의 부담은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되어 결국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종국적으로는 국가와 국민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법을 지키려는 준법의식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또한 가압류 금지에 관한 개정안의 경우,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집행의 실익이 없게 되는, 무리한 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법체계상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강제집행면탈의 범죄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또한 개정안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영업손실과 제3자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 등을 제외하고,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한 수준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며,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상한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하청사업장의 규모를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도록 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입은 실제 피해규모와 상관없이, 불법행위를 한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 노동조합의 재정상황 등 불법행위자 측의 사정만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정한다는 것은 손해배상의 기본 원칙에 위반되며, 손해배상액의 범위는 행위자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가 대상이 된다는 판례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다30610 판결 등)에도 반한다.‘노동조합의 존립, 자주적인 활동을 해치지 않는 범위’는 모호한 개념일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규모가 적은 경우 사실상 손해배상책임을 거의 지지 않게 되고 불법행위가 더욱 과격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개정안은 고의, 중과실의 경우 나아가 폭력・파괴행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 제765조에 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자는 그 배상으로 인하여 배상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에는 법원에 그 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으나, 고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는 감경을 청구할 수 없다. 위법한 쟁의행위, 폭력・파괴행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참가한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다는 개정안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원칙에 위반되며,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개정안은 쟁의행위가 폭력・파괴행위가 아닌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 등의 경우에도 형사책임을 면제하여야 한다고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당한 쟁의행위’는 「형법」(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어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판례는 “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전격성)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중대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고 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판례가 설시하고 있는 전격성 및 중대성 요건을 불문하고 형사면책을 인정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중대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거나 성실한 교섭 없이, 전격적으로 파업으로 직행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노사 갈등은 더욱 치열하고 파업은 과격해질 수 있다. 준법의식의 저하, 행위책임의 원칙 위배 등의 비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 외에도 개정안이 담고 있는 근로자 개념의 확대 등의 여러 조항이 모두 통과된다면,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건 노란 봉투가 아니라, 모든 불법을 뒤덮는 검은 천막이다. 근로자의 단결권 등 노동3권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법 체계를 뒤흔들거나 불법행위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근로자와 사용자를 서로 적대적인 관계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기업도 근로자가 있어야 존속하고, 근로자도 기업이 있어야 노무를 제공할 수 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근로자가 약자일 수 있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용자가 절대 다수인 근로자의 물리적 힘에 대응하기 어렵다. 차제에 일상적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가 가질 수 있는 카드와 사용자가 가질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어, 함께 발전해가는 노사 관계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자. 근로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여,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진짜 노란봉투법’을 만들어 보자. 

박민재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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