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합병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오늘(17일)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1심과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최종 해소할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의혹을 다투는 재판이 10년 이상 삼성그룹의 사법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이번 판결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총수의 리스크로 삼성전자의 투자와 전략 결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사법 리스크가 제거된다면 삼성전자 경영이 활력을 되찾아 6만원대 횡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HBM4 수율이 개선되면서 양산을 시작하면 고부가 제품군의 수익성이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15일 삼성전자의 종가는 6만3,7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6일 최고점인 8만8,000원 대비 27% 하락한 수치다.
이는 총수의 사법리스크에다 반도체 실적 악화 등에 영향을 받은 결과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잠정 매출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55.94%가 줄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역대 최고로 좋은데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금도 지난해 고점 대비 30% 낮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 결과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반도체 시장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7,555억달러로 추정된다. 2032년까지는 연평균 약 15.4% 성장해 2조달러 이상 커질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도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당장 크게 나빠질 요인이 없기에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 시장 전체를 이끌고 있는 산업이 AI 분야고 AI 관련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역할은 HBM과 DDR5 등 고성능 반도체기에 해당 시장이 계속 이어지는 한 한국도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 사이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다시 도약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우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변수는 이 정도면 더 나빠지겠냐는 심리와 엔비디아의 H20 중국 수출 규제 해제다”라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20 저가 제품에 들어갈 수 있기에 이를 통해 저번 실적 부진 요인이었던 재고 손실 처리를 해결할 수 있으면 이후 주가가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 규제를 지키면서 중국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인공지능 칩이다. 기존 엔비디아의 AI 칩들보다 성능이 부족하다고 평가 받는다. 현재 4세대 HBM인 HBM3에 탑재되는 제품이다. 올해 4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재의 일환으로 H20 수출을 제한했다.
이후 현지시간 15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미국 정부가 H20 수출을 승인했다며 이제 중국 시장에서 H20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H20의 중국 수출이 재개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의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지만 HBM3는 공급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가능성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17일 대법원은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부정거래와 시세조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후 2020년 9월 기소된 이 회장은 2023년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진행된 2심에서도 무죄 선고가 이뤄졌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 약 10년간 진행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다.
이승우 연구원은 “앞으로 삼성전자가 방향만 잘 잡으면 기회는 충분히 있다”며 “실적 등에 대해 시장에서 이미 기대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좋은 결과들이 나오는대로 한 단계씩 나아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승우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 내부 업황 자체가 좋은 상황이기에 삼성전자가 스스로 추스려서 내부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양팽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 업계의 활황에 올라타 성장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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