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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논술] <10>협동의 경제학

한양경제 2025-07-14 10:06:17
박병윤

“세계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의 도래”

최근 세계경제는 미국의 금리 정책과 무역 패권주의, 기술 중심 공급망 재편 등으로 요동치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 인플레이션 압력, 보호무역 강화는 국가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시에 기후위기와 환경재앙은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온다. 이상기후, 산불, 물 부족, 생태계 붕괴는 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눈에 띄는 흐름은 보호무역주의의 부활이다. 2024년 대선 이후 재등장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관세 전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주요 수입품에 일괄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며 세계 무역질서에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협력의 시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위기가 국경을 초월한다는 데 있다. 경제 위기도, 탄소 배출도, 자원 고갈도 한 국가의 손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강대국들은 여전히 자국 우선주의와 기술패권 경쟁에 매몰되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공멸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길이다. 

이제 세계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필요하다. 이기적 경쟁에서 벗어나, 협력이라는 전략을 설계해야 할 때이다. 탄소세, 녹색 기술 공유, 공정 무역, 기후 금융, 공급망의 공동관리 등 국제적 협약과 연대를 통해서만 해법은 가능하다.  

“협동 진화의 다섯 가지 규칙”
우리는 흔히 진화와 경제를 경쟁의 논리로 이해한다. 하지만 왜 어떤 개체는 남을 돕고,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할까? 하버드대 진화생물학자 마틴 노박은 이에 수학적으로 답하며 “협동도 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혈연 선택은 유전적으로 가까운 이들을 위한 희생이 유리할 수 있다는 원리다. 내 자식이 잘 되면, 결국 나의 유전자도 확산된다. 벌이나 개미처럼 한 여왕을 위해 일하는 일벌들은 모두 유전적으로 연결돼 있다. 나의 희생이 곧 나의 유전자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협동은 살아남는다. 

둘째, 직접 상호성은 반복되는 관계에서 ‘내가 널 도우면, 다음엔 네가 나를 돕는’구조다. 

반복해서 만나는 관계에서는 이런 균형잡힌 상호작용(기브 앤 테이크)이 생긴다. 친구 사이, 동료, 장기 거래처와의 관계가 바로 이렇다.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을수록, 협동은 유리해진다. 

셋째, 간접 상호성은 평판을 통한 보상 구조다. 내가 도운 사람이 나를 돕지 않아도 괜찮다. 다른 사람이 그걸 보고 내 평판을 좋게 평가한다면, 나중에 그 사람이 날 도울 수 있다. SNS에서 선행이 퍼지고, 기부자가 칭송받는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신용, 명성, 평판은 협동을 유도하는 강력한 힘이다. 

넷째, 네트워크 구조는 협동자가 모이고 이기적 개체와 거리를 둘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세상이 완전히 무작위로 섞여 있다면, 이기적인 사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족, 친구, 동료, 지역 공동체 등으로 구조화된 관계 속에 있다. 협동적인 사람이 주위에 많고, 이기적인 사람과는 거리를 둘 수 있다면, 협동은 확산된다. 

다섯째, 집단 선택은 협동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 오래 생존한다는 주장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이기심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집단 대 집단의 경쟁에서는 협동하는 집단이 더 유리하다. 전쟁, 재난, 환경 문제에서 서로 협력하는 집단이 더 잘 살아남기 때문이다.  

“협동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위의 5가지 원리는 사회와 경제에도 적용된다. 기후위기, 공급망 위기, 무역 불안정 같은 문제는 어느 하나의 국가나 기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탄소세, ESG, 국제협약은 모두 협동을 제도화하려는 시도이다. 협동은 착한 행동이 아니라, 위기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구조화된 전략이다.

노박의 말처럼, “협동은 도덕이 아니라 수학이다.” 이 시대의 생존 공식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니라, 설계된 협력이다. 협동은 단순한 도덕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는 전략이다. 이제는 경쟁을 넘어선 협동의 힘을,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때이다.

박병윤 교수

필자 - 박병윤 박사(경제학) : 현)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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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표
    김대표 2025-10-30 17:36:04
    홀로서 모든걸 다해내려고 한적이있었다. 그런데 외로움의 문제만이아닌, 정말 많은걸 내가 해결해내야했었다.
    일상속에 친구, 가족, 동료들이 너무 당연하게 있어 몰랐으나 그들이 사라지고나면 안정감이 사라지며,
    모든 정보를 내가 얻어야하고 많은 위기에 놓이게된다. 그러고 나면 깨닫게 된다 누구라도 함께 해야 하구나 생각이 들게된다. 실제로 범죄자들은 범죄대상을 타겟으로 잡을때 가장 쉬운게 고립된 사람이라 말한바 있듯. 전쟁을 겪은 시민의 칼럼을 봐도 무조건 '협동'을 강조한다. 인간은 살기위해 협동하며 살기위해 배신한다 생각한다.
  • 이수민
    이수민 2025-10-11 15:03:09
    협동은 단순히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한 선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이익과 생존에 도움이 되어서 사람들이 협동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항상 협동을 도덕적으로 보았던 나에게 협동을 수학으로 보는 시선은 새로웠다. 그리고 협동이 기후 위기 해결 등에 도움이 된다면 세계의 국가들과 사람들은 다 함께 협동해서 위기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신정우
    신정우 2025-10-11 00:09:20
    세계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국경과 이익을 넘어선 전 지구적 문제임을 깨달았다. 보호무역주의와 기술 경쟁이 단기적 이익에 집중할수록 오히려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마틴 노박의 협동 진화 원칙은 위기 시대에 협력이 단순한 도덕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임을 보여준다. 나는 환경과 경제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며 적극적 협력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믿음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 박노영
    박노영 2025-10-08 22:07:37
    지금 세계는 신냉전과 관세문제, 전쟁 등으로 인하여 국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좌, 우에서의 이념대립, 극적인 정치성향 등 국가 안에서 또한 날 선 대립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전 인류가 힘을 합쳐도 해결하기 힘든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가 우리 앞에 당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안에서도 서민경제, 내수위기 등 협력해야 할 문제 등이 산더미처럼 존재한다. 건전한 견제는 필요하나, 그 목적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념대립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주는데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최유리
    최유리 2025-10-08 16:18:42
    세계경제와 기후 위기를 동시에 다룬 글이 현실의 긴박함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보호무역과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경을 초월한 문제는 개인이나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마틴 노박이 제시한 협동의 다섯 가지 원리는 위기 대응을 전략적, 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함을 깨닫게 한다. 결국 생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은 경쟁이 아니라 설계된 협력에 달려 있으며 개인과 국가 모두 협동을 실행할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동환
    김동환 2025-10-06 02:09:51
    개인의 최적의 선택이 집단 전체의 최악에 결과를 낳는 상황에서 설계된 협력만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새로운 균형점임을 느꼇습니다
  • 이경현
    이경현 2025-10-05 00:23:52
    개미의 사회를 보든 공유지의 비극을 보든 협동하지 않고 살아남는 사회는 사실상 없죠. 칼럼에서 언급했듯, 협동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전략입니다. 다만 협동에만 너무 치중하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개인은 이성적 판단만 하는 존재는 아니기에 협동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렇기에 협동을 사회적으로 주장하기보단 개인이 직접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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