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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시사칼럼]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우리의 자세

한양경제 2025-07-15 09:51: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외교도 철저하게 경제적 이해득실의 관점에서 보는 듯하다. 그는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가 지금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각국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게 될 관세율을 편지로 통지하고 있다.  

제일 먼저 편지를 보낸 나라는 미국의 가장 돈독한 동맹국 한국과 일본이었다. 관세율은 두 나라 모두 25%였다. 이어 EU와 멕시코에는 30%의 관세율을 통지했다. 몇몇 나라에는 40%의 관세율을 통보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 서한들에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 7월 7일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한국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편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8월 1일부터 ①미국으로 보내지는 모든 한국 제품에 대해 분야별로 적용되는 관세와는 별개로 25%의 일률 관세를 적용할 것이며, ②더 높은 관세를 회피하려고 우회하는 제품에는 본래의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며, ③이에 맞서 한국 측에서 관세 인상을 결정하면 25% 일률 관세에 그만큼 더 추가될 것이며, ④한국이 그 동안 미국에게 닫았던 무역 시장을 열고 각종 관세 또는 비관세 정책과 무역 장벽을 제거한다면 이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한국 내의 회사가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제조하는 제품에는 관세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승인을 단 몇 주 이내로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편지를 보낸 다음 날 내각회의에서 관세 정책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부유한 나라이기에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주한 미국 주둔비를 1년에 10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군의 수가 2만 8천 명임에도 4만 5천 명으로 잘못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 평택에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를 만들어 주었고, 해마다 1조 5천억 원 정도의 주둔비를 지불해오고 있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그 액수에 8.3%를 인상해 지불한다는 협상도 마쳤다. 게다가 미군의 한국 주둔은 북한을 억제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의 일환이다.  

그런 미국에게 한국은 ‘불침 항모’다. 그럼에도 그 열 배의 주둔비를 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관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너무도 터무니없는 일방적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관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목적과 함께 미국에 외국의 제조업을 유치해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제품들의 안전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인건비와 설비비 등이 비싼 탓에 자신의 제조업은 거의 모두 해외로 나가버렸다. 그런 미국에 해외 기업들이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세를 대폭 올려 그걸 피하려면 미국에 들어오라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당연히 상대국들의 강한 반발과 저항을 받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 순순한 한국과 일본을 우선적인 협상 대상으로 삼고 먼저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자동차, 2차 전지, 반도체를 비롯한 많은 제조업체들이 이미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시설에 투자해오고 있고, 군함 제조나 수리 등과 같은 방위산업에서 미국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많다. 미국은 원자로 설계 외에 제조 기술은 없기에 원전 건설에서도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의 지정학은 너무도 유리하기에 미군은 한국에서 철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더 많은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 투자하게 하기 위해 관세와 미군 주둔비 등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은 미국의 그런 압박에 너무 당황하거나 반발할 필요도 없다. 차분하게 우리가 가진 유리한 점을 잘 활용하여 협상에 임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게 안보 문제를 포함하는 패키지 딜을 제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문제로 매우 거칠게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업가 출신이기에 적절하게 주고받는 협상이 가능하다. 우리에게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풀어준 것도 트럼프 행정부 때였다. 이번 기회에 미국의 요구를 적당한 선에서 들어주고 쌓여만 가는 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리 잠수함이나 군함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양해를 얻어내는 협상을 이끌어낸다면 좋을 것이다.

이효성 주필·전 성균관대 언론학과 교수·전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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