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논술] <9>공리주의 분배
2025-07-07

BTS와 손흥민의 몸값은 어떻게 결정되나?
BTS는 세계 각국에서 공연장을 매진시키며 수백억 원의 수익을 거둔다. 축구 스타 손흥민의 총수입은 올해 기준으로 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 한복판에 개원한 성형외과 의사, 대형 로펌의 변호사도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해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번다. 왜일까?이 질문은 경제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품고 있다. 바로 ‘경제지대(economic rent)’라는 개념이다. ‘경제지대’는 이전수입(전용수입)을 초과해서 요소에게 지불되는 보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손흥민의 총수입이 200억원인데, 축구선수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연봉 50억원은 돼야 한다면, 경제지대는 나머지 150억원(200억원-50억원)이다.
원래 ‘지대(rent)’는 토지를 빌릴 때 지불하는 임대료를 뜻했다. 하지만 현대 경제학에서는 땅에 국한되지 않는다. 희소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나 능력을 통해 얻는 ‘초과 수익’도 경제지대에 포함한다. 예컨대, 리오넬 메시나 BTS처럼 엄청난 실력과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이들은, 단순히 운동이나 노래를 잘하는 수준을 넘어선 희소한 자산을 가진 셈이다. 이 희소성은 곧 막대한 몸값으로 연결된다.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특정 자격증을 요구하는 직업군은 정부의 규제를 통해 진입장벽이 설정돼 있다. 이처럼 제도적으로 경쟁이 제한된 분야에서는 해당 직업을 가진 이들은 안정적인 고소득을 누릴 수 있다. 일종의 ‘독점적 초과이윤’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경제지대는 정당한 소득일까? 아니면 불로소득일까? 경제학적으로 경제지대는 반드시 나쁜 개념은 아니다. 독보적인 능력에 대한 보상은 오히려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유도할 수 있다. 일각에선 지대를 과도한 보상이라 지적하지만, 이는 시장이 형성한 가치다. 우리는 매일 지대를 소비하고 있다. 콘서트 티켓을 사고, 특정 병원을 찾고, 유명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리고 시장은 그 선택을 통해 ‘누가 대체불가능한가’를 평가하고 가격을 매긴다. 지대는 단순한 특권이 아니라, 시장경제가 보여주는 희소성과 선택의 경제학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경쟁을 제한하거나 기회의 불균형을 초래할 때다. 따라서 지대를 무조건 비판할 것이 아니라, 지대를 낳는 구조가 공정한가를 따져야 한다. 실력이나 기여도보다 제도나 구조, 독점적 지위에 의해 형성된 초과 수익은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의 의대 쏠림 현상에서 보듯이 사회 전반에서 특정 분야로 인재가 몰리는 현상은 전체 생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상위 1%가 누리는 소득 중 상당 부분이 이러한 경제지대 성격을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경제지대를 무조건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정당한 보상’과 ‘비효율적인 특권’을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 제도적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과도한 진입장벽 완화, 독점적 지위에 대한 견제, 공정한 교육 기회의 보장 등이 그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익을 명분으로 한 단순한 규제 강화도, 무조건적인 시장 자유에 의한 경쟁도 아니다. 핵심은 누구나 실력으로 경쟁하고,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경제지대의 개념은 이런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틀이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누가 많이 버는가?’가 아니라, ‘왜 많이 벌 수 있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답 속에서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 박병윤 박사(경제학) : 현)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일간신문에 ‘박병윤의 논술과 심층면접 교실’ 70회 연재, 교육연수원에서 중등 논술지도교사 직무연수담당, 교재: 통합논술의 실전과 지도요령, 박병윤, 계명대에서 ‘경제학’, ‘일반사회교육론’, ‘일반사회논리및논술’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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