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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범 성균관대 총장 “자기주도적 글로벌 융합大 만들겠다”

“학생에게 학습선택권 제공”…전공과정 대폭 개편
교육혁신전략 ‘BIGs’ 추진…교환학생 파견 활성화
미래산업 대응 박차…국내 첫 채용연계형 학과 운영
김수정 경기일보 기자 2023-11-27 09:03:48
유지범 성균관대학교 총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1년간의 활동 내용과 앞으로 교육에 있어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기웅 경기일보 기자

‘성균관’을 뿌리로 하는 성균관대는 유교를 바탕으로 한 전통 교육기관이라는 자부심의 토대 위에 최근 들어 반도체, 에너지 등 새로운 첨단 학문 분야까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국내외 대표 사립대로 성장하고 있다.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64)은 26일 서울캠퍼스 600주년기념관 총장실에서 진행한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균관대의 성장 배경을 ‘성대다움’으로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성대다움은 역사와 전통 위에 창조적 협업과 분업 전략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특히 유 총장은 인터뷰에서 학생의 학습선택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공 교육과정을 대폭 개편하는 교육혁신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BIGs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교육혁신전략으로 이를 통해 전 공간 벽을 낮추고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Q. 내년 1월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소회는.

A. 2월 초까지는 시간이 안 가 걱정도 되고 심적 부담도 많았는데 어느새 1년이 다 지나갔다. 이제는 3년이 금방 가버리겠다는 걱정이 든다. 지난 1년간 여러 생각이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많이 하려 하지 말고 두 가지만 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 두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올해는 내부 시스템에 변화를 주자는 결심을 했다.

첫 번째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이 불편해하고 개선하길 원하는 부분을 학교 측에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려고 했다. 이전에 우리 대학은 ‘양’을 중심으로 평가를 했는데 이제는 ‘질’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내용의 논문 다섯 개를 쓰는 것보다 좋은 내용의 논문 한 편을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생들에 대한 자율권 보장이다. 자신이 선택한 학과에 대해 잘 알고 오는 학생이 많지 않아 와서 공부하다 보면 다른 걸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해줄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바꾸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 보자고 결심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융합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대학이 가진 연구 성과가 신산업과 새로운 지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 임팩트’를 가지도록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다차원적인 융합을 통해 새로운 학문 분야와 연구 영역을 개척하며 그 지평을 넓히도록 할 것이다.

올해를 돌아보면 80%는 제도적으로 개선이 됐다고 생각하고 내년 2월까지 시스템을 좀 더 다져 놓으려고 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변경된 시스템이 잘 안착하고 작동하도록 노력하겠다.

Q. 내년부터 전공 교육과정을 대폭 개편하는 등 교육혁신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

A. 성균관대는 지난 1년간 전공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교육방식으로 개편하는 등 교육혁신전략 BIGs를 추진하고 있다. BIGs는 디지털 교육 모델 혁신(Beyond the campus), 연구·탐구(Inquiry), 글로벌(Global), 서포트시스템(support)의 약자로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새로운 대학혁신전략이다.

디지털 교육 모델 혁신은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수업을 확대해 학생은 사전에 온라인으로 이론을 습득하고 강의실에서는 오프라인으로 모여 토론하고,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연구·탐구는 전공 이수 학점을 하향 조정해 전공 간 벽을 낮추고 복수전공, 융합트랙, 마이크로디그리 등을 통해 여러 학문을 경험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위해 각 학문 단위의 학장, 학과장을 만나 컨설팅을 해 전공 이수 기준을 낮추고 교양 교육과정을 개편했으며 특히 공과대학의 경우 코어 단계에서는 각 전공의 학문을 이수하고 심화단계에서는 융합트랙으로 다양하게 전공을 융합하는 트랙을 설계했다.

글로벌은 학생의 글로벌 역량 제고를 위한 국제어 수업의 점진적 확대, 교환학생 파견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 교수-학생과의 공동 수업을 하는 WAVE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포트가 중요한데 각종 불필요하게 산재된 학과와 제도를 정비하고 6모듈과 같은 혁신적 학기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유지범 성균관대학교 총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후 1년간의 활동 내용과 앞으로 교육에 있어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기웅 경기일보 기자

Q.
취임하면서 글로벌 기업 연구기관과 함께하는 산학 생태계 시스템을 발표하며 경기 판교 등에 캠퍼스 확장과 산학협력을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진척도는 어떤가.


A. 우리 대학은 사회, 기업과 상생발전의 동반자로 협력과 번영의 공유가치 창출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산학협력뿐 아니라 캠퍼스의 경계를 없애는 산학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기업이 있는 곳으로, 니즈(Needs)가 있는 곳으로 대학이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반도체, 인공지능,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기업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캠퍼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캠퍼스의 확장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대학의 캠퍼스를 해당 지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협력이 가능한 모든 것을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수원특례시와 함께 에너지,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사이언스 파크 조성을 논의하고 있고 경기도 및 성남시와 반도체·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 캠퍼스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지자체, 기업 등과 협의 중인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까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검토한 대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우리 대학은 글로벌 기업과 중견기업, 스타트업,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산학협력 생태계 구축의 허브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Q. 최근 성대 내 반도체 관련 학과가 많이 만들어졌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과학 분야 교육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반도체는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관련 기술의 초격차를 확보하는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반도체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 인재 육성과 산업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성균관대는 지난 2006년 삼성전자와 협력해 학사과정에 국내 최초의 채용연계형 학과인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신설했다. 향후 대학원과정에 반도체융합공학과를 비롯해 실감미디어공학과, 메타바이오헬스학과, 미래에너지공학과, 지능형로봇학과를, 내년에는 학사과정에 반도체융합공학과와 에너지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번에 신설하는 반도체융합공학과는 반도체 기초이론, 반도체 재료 및 공정, 소자 설계와 시스템 설계, 반도체 장치 및 시스템 특성 평가뿐 아니라 반도체 기술의 다양한 응용 분야와 현재 산업 동향에 대해 학습하고 컴퓨팅, 통신, 에너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 기술적 역량과 전문지식을 갖춘 학생들은 경쟁력 있는 첨단산업의 인재로 자리 잡고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Q. 학생 교육과 관련해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우리 학생들을 자기 주도적인 글로벌 융합 인재로 키우는 것이다. 학생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교양을 갖추며 동시에 다양한 문화와 정보를 융합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교육 혁신을 추진하려고 한다.

첫째, 디지털 기반으로 대학교육을 전환할 계획이다. 온라인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하고, 플립러닝을 통해 온라인과 연결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실제적인 문제나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교육방법을 확대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학생들이 언어뿐만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 문화적 포용성, 세계적인 시각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명문 대학 교수의 수업을 직접 들을 수 있게 하고 외국 학생들과 공동 수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의 최신화, 정예화, 개방화를 통해 학생들이 여러 분야의 학문을 학습해 복합적인 사고를 갖추고 자기 주도적으로 여러 학문을 융합하는 등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최대한 고려하기 위해 학습선택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공 간의 벽을 낮추고 마이크로디그리 등 여러 분야의 소단위 전공을 활성화하며 미래 지향적인 학문 분야를 적시에 반영할 계획이다.

성균관대가 지향하는 바는 존경받는 글로벌 대학이 되는 것이다. 학생의 교육, 교수들의 연구, 산학협력, 창업 등을 통해 학교가 전반적으로 발전하고 세계 속에서 우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이것이 제 임기 내에 다 이뤄지지 않아도 앞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모두가 함께 마련해 나가면 학생이 행복한 학교, 직원이 즐거운 학교, 교수들이 보람 된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경기일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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