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인상’ 슈링크플레이션 현실로…바프·서울우유 등 39개 제품 용량 줄여
2023-12-13

4·10 총선이 끝나자마자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던 식품·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본격 시작됐다.
총선 후에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전날 배달 수수료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을 이유로 치킨 9개 제품 가격을 일제히 1천900원씩 올렸다. 굽네가 가격을 올린 것은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은 기존 1만8천원에서 1만9천900원으로 올랐고, 오리지널은 1만6천원에서 1만7천900원으로 인상됐다. 남해마늘바사삭은 1만9천원에서 2만900원으로 올랐다.
피자업체인 파파이스도 제품 가격을 평균 4%(100∼8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 대상 품목 가격은 직전보다 100∼800원 올랐다.
파파이스 코리아의 가격 인상은 2년여 만이다. 파파이스는 다만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클래식 치킨 샌드위치, 스파이시 치킨 샌드위치의 가격은 동결했다.
납품단가 인상에 따른 공산품들의 가격도 오른다.
5월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모나미 153볼펜 가격은 300원에서 400원으로, 스틱볼펜도 500원에서 600원으로 각각 100원씩 오른다.
도루코 페이스면도기는 1천900원에서 2천100원으로 200원(10.5%), 페이스4면도기(3입)는 5천200원에서 5천700원으로 500원(9.6%) 각각 인상된다.
가공란 가격도 오른다. 계란 2개가 들어있는 감동란과 죽염동 훈제란은 각각 2천200원에서 2천400원으로 200원(9.1%)씩 오른다.
그런가하면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극한 날씨로 커피와 카카오, 설탕 등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는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이 식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연간 1조5천억원어치를 수입하는 커피 국제 가격도 심상치 않다.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들어가는 비교적 값싼 로부스타 커피는 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글로벌 커피 벤치마크인 런던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지난 12일 톤당 3천948달러로 사상 최고로 뛰었다. 이는 1년 전보다 60% 넘게 올랐다.
주요 공급처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량 감소로 공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 1위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의 농업부는 가뭄 때문에 베트남의 2023∼2024시즌 커피 생산이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부스타보다 비싼 아라비카 커피는 뉴욕 선물시장에서 파운드당 2.34달러로 상승해 2022년 9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최대 아라비카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 가뭄이 아라비카 가격 상승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열매 가루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도 1년 만에 3배로 급등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선물시장에서 코코아는 최근 1개월간 49% 뛰어 톤당 1만달러를 뚫고 1만50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10일 1만411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생산이 크게 줄었다. 국제코코아기구(ICO)는 2023∼2024시즌에 글로벌 카카오 공급이 11%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관련해 초콜릿 업체들은 코코아 가격이 올라가자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것)으로 가격조정에 나서고 있다.
고디바는 지난주 초콜릿 평균 가격을 10% 이내로 올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롯데웰푸드등은 초콜릿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설탕은 세계 2위와 3위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에서 엘니뇨 영향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생산이 급감했다. 설탕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소비는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는 데다 배달 수수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업체와 소비자 모두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총선 후 도시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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