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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르네상스]<16> 사모곡(思母曲)

한결같고 변함없는 어머니의 사랑
시대 초월하는 대중가요 소재로 사용
반야월의 ‘불효자는 웁니다’ 고전 명곡
한양경제 2024-05-12 09:44:34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남긴 명언이다. 위대한 모성(母性)에 대한 상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인류의 보편적 정서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머니는 한결같은 모습이고 변함없는 사랑이다.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어머니일수록 그리움은 가슴 속에 더 깊이 자리하기 마련이다. 어머니가 시대를 초월한 대중가요의 소재가 되는 까닭이다.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일제강점기인 1940년 진방남이 목메어 부른 트로트곡 ‘불효자는 웁니다’는 세월이 흘러도 사위지 않을 ‘사모곡’(思母曲)의 고전이다. 진방남의 데뷔곡이자 히트곡인 이 노래는 대중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을 사연이 스며있다. 녹음을 앞둔 가요가 가수의 실제 사모곡이 되어버린 것이다. 

당시 한반도에는 녹음 시설이 없어서 진방남은 음반 취입을 위해 일본 오사카에 갔는데, 공교롭게도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날 어머니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마산역까지 따라 나와 일본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손을 흔들며 물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선연히 떠올랐다. 목이 잠겨 다음날로 미룬 녹음에서도 진방남의 목소리에는 통곡이 서려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진방남(본명 박창오)은 그 후로 예명을 ‘반야월’(半夜月)로 바꿨다고 한다. 스스로가 온전한 만월(滿月)이 아니라 모자라는 게 많은 반월(半月)이고자 했던 것이다. 반야월은 우리 대중가요사에서 숱한 명곡을 지어낸 전설적인 작사가로 더 유명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겨레의 사모곡이 해방 직후인 1948년 현인이 부른 ‘비 내리는 고모령’이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 밤이 그리웁고나’. 

작곡가 박시춘과 작사가 유호 콤비의 명작인 이 노래는 대폿집 젓가락 장단에 맞춰 가장 많이 호출되는 중장년층의 애창곡이었다. KBS 가요무대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번성했던 노래방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린 사모와 망향의 노래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앞산 노을 질 때까지 호미자루 벗을 삼아, 화전밭 일구시고 흙에 살던 어머니, 땀에 찌든 삼베 적삼 기워입고 살으시다, 소쩍새 울음따라 하늘 가신 어머니….’ 

1993년에 발표한 태진아의 ‘사모곡’에도 가수의 애틋한 사연이 전한다. 미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한 태진아는 4년만에 돌아와 어머니의 산소를 찾는 길에 우연히 신문에 실린 시 한 수가 가슴에 와닿았다. 

충청도 서정시인 이덕상의 ‘사모곡’이란 시였다. 나중에 시인의 허락을 받아 노랫말로 옮기고 곡을 붙였는데,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를 부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한다. 태진아의 ‘사모곡’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며 1994년 한국 노랫말 대상까지 받았다. 한편 민요가수 김부자가 부른 ‘일자상서’는 먼 객지에서 부모의 안부를 묻는 애절한 딸의 노래이다. 

타향에서의 삶이 고단할수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간절함을 더한다. 어려운 시절일수록 사모곡은 대중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무한한 사랑의 원천인 모정(母情)을 담은 ‘사모곡’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모성(母性)이 없는 여성은 그저 한 사람의 여자일 뿐이지만, 모성을 지닌 여성은 위대한 시인이 된다. 오늘 이 땅의 여성들이 지닌 모성은 어떠한가. 

조향래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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