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HY추적] “‘약관 무효’로 제재받고 변경해도 고객만 몰라”

부동산 신탁사업 분쟁 요인 1순위 ‘불공정 약관’
당국 늑장 ‘축소 제재’에 신탁사는 ‘설명 의무’ 위반 논란
“약관 무효 사실도 모른 채 ‘극단적 선택’한 사례도”
이승욱 기자 2024-12-29 11:14:19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약관 신고 및 공시의무를 위반한 한국자산신탁에 대해 내린 제재 내용 공개안. 

부동산 신탁사업 과정에서 분쟁 원인으로 신탁계약서의 ‘불공정 약관’이 꼽히고 있지만 실상 전국 신탁사업 현장에서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들이 불공정 약관 근절에는 발을 빼고, 신탁사도 국가기관이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로 판단, 변경한 사실을 숨기며 금융소비자들에게 법적 의무인 약관 설명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신탁 고객 중, 불공정 약관이 변경·개정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피해를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알려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11일 부동산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에 대해 약관 신고 의무·공시의무 위반으로, 4천8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임원 1명은 ‘주의’, 직원은 ‘자율처리사항’으로 각각 제재했다.

금융투자업자는 옛 자본시장법(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6조(약관)에 의해 금융투자업 영위와 관련해 약관을 제정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경우 금융위원회에 미리 신고하고,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해야 한다.

제재 내용에 따르면, 한자신은 2013년 3월28일 대구 두산동 오피스텔·근린생활시설 신축 현장의 부동산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위탁자(토지주), 수익자들과 분양형(차입형) 토지신탁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한자신이 당시 체결한 대구 두산동 현장 신탁계약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약관’으로 인정한 불공정 약관 15개 조항 중 11개 조항을 ‘특약사항’에 포함한 것으로, 금융위 약관 신고 및 홈페이지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금감원은 한자신이 2019년 5월 공정위가 내린 시정권고를 전부 수용하고 같은 해 7월 특약사항 11개 조항 중 9개 조항을 수정·삭제하겠다고 회신한 뒤, 다음달인 8월 이를 이행했다고 공정위에 회신했음에도 특약사항 11개 조항을 포함해 금융위 약관 신고 의무와 홈페이지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제재했다.

이에 따라 당시 금감원 제재는 2013년 한자신이 불공정해서 무효인 약관을 특약사항으로 넣어 부동산 신탁계약서를 사용해 온 것뿐만 아니라, 2019년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 시정권고 이후 금융위에 변경(개정)신고 의무 및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 법 위반을 확인해 준 셈이다.

다만 금감원 제재에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2013년 3월28일 대구 두산동 현장에 한정해 제재했다는 점을 들어 ‘축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제재를 하면서도 2019년 5월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권고 이후에도 전국 부동산 신탁계약 현장에서 불공정 약관을 사용해 신탁계약서를 계속 사용해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중대 사안’을 축소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의무 위반 시정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17년부터 전국 신탁사업 현장의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를 고발하고 있는 정유경 불법퇴치본부 대표는 “‘약관’은 계약의 한 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이라면서 “2019년 공정위가 무효로 ‘수정, 삭제’하라는 시정권고를 했다면 신탁사는 전국 현장에서 무효인 ‘동일한 불공정 약관’을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금감원이 제재 내용에 ‘금융위 신고 누락’과 ‘공시 의무 누락’을 문제 삼았지만, 정작 한자신이 2019년 7월 약관을 개정 변경해 금융위에 신고 당시, 특약 11개를 전부 ‘삭제’변경 신고한 점을 시사하는 ‘2019년 9월 16일자’ 금융위의 공정위 통보 공문에 드러나 의구심을 낳는다고 단체 측은 주장했다.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3조(설명의무) 등에 따르면 사업자는 약관에 정해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다. 사업자가 설명의무 위반 시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이때 ‘중요한 내용’은 사회 통념에 비춰 고객이 계약 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다.

불법퇴치본부 측은 “공정위와 금감원이 특약에 숨긴 특약 11개 조항이나 불공정 약관으로 본 약관 4개 조항 등 15개 조항을 무효로 인정한 부분을 한자신이 인정하고 전부 수용하고 개정 신고를 한 이상 해당 약관을 다시는 고객과의 계약서에 사용할 수 없고 해당 계약서를 체결한 전국 사업 현장 고객들에게 반드시 이 사실을 설명하고 문제의 약관을 변경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신탁사가 중대한 법적 책임을 오히려 회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신탁계약서의 불공정 약관 문제는, 정유경 불법퇴치본부 대표가 지난 2018년부터 공정위와 금융위, 금감원 등 국가기관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공정위는 2019년 5월 한자신에 시정권고를 한 뒤 2년이나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 감사를 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감사원은 정 대표가 제기한 국민감사청구에 따라 올해 3월 공정위의 한자신에 대한 시정명령 지연을 ‘직무유기’로 판단했다. 

정 대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에도 공정위는 지금까지도 피해 국민의 ‘알권리’에 따른 정보공개청구에도 불구하고 한자신에 대한 시정권고서를 ‘영업비밀, 경영 비밀’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비공개하고 있다”며 “금융고객 보호 의무를 위반한 직권남용, 불법 제재 등에 대해서는 전국 신탁계약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추가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부동산 신탁계약서의 불공정 약관 문제 등에 대한 공정위와 금융위, 금감원 등의 제재가 지연 또는 축소가 반복되면서 전국 부동산 신탁사업 현장에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단체 측 주장이다.

■위탁자 측 “‘무효 약관’ 삭제 없이 속여” vs 한자신 측 “변경 사실 알렸다”

불법퇴치본부 측은 실제 특약에 숨긴 약관이나 불공정 약관 사용 등으로 인해 신탁계약 중요 필수 약관조항들이 무효임에도, 신탁사나 감독기관들이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약관 변경 사실을 신탁사업 고객들이 알 수 없게 해, 금융약자인 위탁자들은 신탁사업에 따른 재산상 피해를 겪고, 이후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사례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불법퇴치본부에 따르면 강원도 주문진에서 공동주택 조성을 신탁사업으로 추진한 위탁자 J사 L대표는 2019년 1월 한자신과 신탁계약서를 체결했다. 해당 신탁계약서는 공정위가 약관으로 인정한 11개 특약사항 포함, 불공정 약관으로 인정한 15개 조항 중 12개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J사 측은 신탁계약서를 체결한 이후부터 지난 2023년 6월 13일 ‘신탁계약 종료 정산합의 시점’까지 신탁계약서상 문제의 약관들을 변경한 사실이 일체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업 과정에서 J사 측은 한자신의 불법 모래 반출, 광고비 임의 과대 지출 등에 대해 문제를 인지했으나,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계약 조항에 따라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정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L대표는 올해 3월 27일 극단적인 선택했다. 

이에 대해 한자신 관계자는 “(변경된 약관) 계약서를 (J사 측에) 보내고 검토 요청을 했고, 주문진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가 어떤 부분이 변경됐는지 얘기도 했다”면서 “당시에 L대표 혼자 일하고 있었는데 (대표가 사망한 지금) 누가 변경된 약관을 설명 안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반면 법원 등기소에서 주문진 현장의 2019년 신탁계약서 외 폐쇄등기 포함, 신탁원부 일체를 확인한 결과, 2019년 5월 공정위가 약관법에 따라 ‘무효’로 판단한 불공정 약관으로 변경된 흔적은 없었다.

특히 금감원이 제재한 ‘특약에 숨긴’ 불법 약관 11개 중 8개 조항 역시 변경하지 않은 채 신탁원부에 그대로 드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정 대표는 “주문진 사업 현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공정위와 금감원이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로 인정한 약관도 변경하지 않은 채 계약 상대방인 고객을 속여 신탁을 종료한 것”이라면서 “전국의 신탁사업 현장에서는 자신들이 체결한 신탁계약서가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가 된 사실을 모르고,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과 향후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 잠재적 희생자가 산재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금융투자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금융투자업을 영위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 위탁계약 취소 변경 명령하거나 영업정지, 금융투자업 등록 취소 등 강력한 적절한 법 집행을 유예한 감독기관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전국 신탁현장에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즉각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

(3)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최신순 과거순 공감순
  • 고영재
    고영재 2024-12-29 21:44:11
    국민이 봉이냐
  • 박미승
    박미승 2024-12-29 15:41:39
    2019년에 계약서를 고쳤는데
    불공정계약이 무효인 것도 모르고....
    얼마나 당했으면,억울했으면 주문진 현장 사장님은
    생을 마감했을까요???
    그런데 변명이 참기가 막히네
    찾아가서 뭘했다고?
    천벌을 받을 비리백화점 한자신!
    국민은나몰라라 신탁사 수호천사 금감원!
    이름이 부끄럽다 바까라 못믿을 공정위!
  • 유미림
    유미림 2024-12-29 14:57:45
    금융감독위원회~??
    고객. 국민 보호 안합니까~?
    신탁사를 보호하는곳인지 ㅉㅉ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향후 2~3년내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난 영향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고 한다. 특히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이어서 시행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