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르네상스] <50> 작곡가 박시춘과 손목인
2025-04-24
‘노란 샤쓰 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생김생김, 그이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이 쏠려...’. 1960년대를 풍미한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는 도시화 산업화로 세련된 서울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노란 샤쓰를 입은 멋쟁이는 1960년대 도시의 청년과 현대적 젊은이의 대명사였다. 실제로 노란 샤쓰가 유행하기도 했다.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 소리 어딜 가시나, 한번쯤 뒤돌아 볼만도 한데, 발걸음만 하나 둘 세며 가듯이, 빨간 구두 아가씨 혼자서 가네’. 한명숙이 ‘노란 샤쓰의 사나이’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자, 남일해가 ‘빨간 구두 아가씨’로 맞바람을 일으켰다. 빨간 구두를 신고 걷는 발랄한 아가씨의 경쾌한 리듬으로 응수를 한 것이다. 젊은 도시의 낭만적 감성이다.
노란 샤쓰를 입은 사나이와 빨간 구두를 신은 아가씨가 팔장을 끼면서 도시는 생동감이 넘치고 청춘을 구가하는 패션의 거리가 되었다.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장 길을, 우산 없이 혼자서 거니는 사람...’. 1960년대 중반 이후에 나온 진송남의 ‘덕수궁 돌담길’이 다소 우수에 젖은 도시적 낭만이라면, 봉봉사중창단의 ‘꽃집 아가씨’는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도시적 풍경이다.
‘여덟시 통근길에 대머리 총각, 오늘도 만나려나 떨리는 마음...’ 김상희의 ‘대머리 총각’은 1960년대 중반 도시의 출근길에 마주치는 청춘남녀의 순정한 연애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전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도회지 소시민의 현대적인 일상과 남녀 샐러리맨의 로맨스를 다루는 노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대머리 총각’의 흥겨운 리듬은 근대화라는 박진감 있는 시대상의 반영이기도 했다.
단벌 옷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노총각 직장인을 애인으로 내세운 ‘단벌신사’도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법대생 출신의 인텔리 가수 김상희는 ‘여성 학사가수 1호’로 도시적인 감수성과 무관하지 않았다. 게다가 뱅 헤어(끝이 말린 단발머리) 스타일에 미니스커트 등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을 소화하며 가요계의 ‘패션 아이콘’으로 불리며 장안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 마오, 처음 만나고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1969년에 발표한 패티김의 ‘서울의 찬가’는 건전가요가 아닌 서정가요로 근대화와 산업화의 풍모가 완연한 도시 서울의 낭만을 구가했다. 1960년대의 도시적 감성을 노래한 가요의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역사적인 울림을 감성 에너지로 승화시킨 행진곡풍의 노래가 ‘서울의 찬가’였다. 이미자가 한국적인 농어촌 정서에 충실한 엘레지의 여왕이었다면, 패티김은 서구적인 도시 풍모가 다분했던 미8군 무대 출신의 전설적인 디바(diva)였다. 패티김의 출현 또한 도시화 근대화라는 시대 변화와 무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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