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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쇼의 진화…‘脫자동차’가 시대를 이끈다

중장비도 모빌리티다…굴착기의 존재감
브랜드 앞세운 이색 전시, 벨리곰의 질주
세계는 이미 ‘탈자동차’ 중…CES와 도쿄, 제네바의 변화
하재인 기자 2025-04-07 10:27:40

자동차는 이제 모빌리티쇼의 주인공이 아니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는 자동차 제조사보다 비자동차 기업들의 존재감이 더 크게 부각됐다. 자율주행, 로봇, 드론, 캐릭터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빌리티 해석이 확장되면서 전시회는 자동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는 '탈(脫)자동차화' 흐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모빌리티쇼 HD현대 부스 전경. HD현대건설기계

중장비도 모빌리티다…굴착기의 존재감

건설기계 전문기업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대형 굴착기를 전시장에 전면 배치했다. 어린이들이 직접 탑승해보는 체험존은 자동차보다 오히려 더 큰 호응을 얻었다. 산업용 중장비가 모빌리티쇼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모빌리티 개념이 ‘이동수단’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장에서는 어린이 보호장비 착용, 탑승 안전 교육 등을 포함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말 내내 몰렸다.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생활형, 체험형 전시로의 전환이 모빌리티쇼의 새로운 트렌드임을 실감케 했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등장한 거대 벨리곰. 롯데홈쇼핑

브랜드 앞세운 이색 전시, 벨리곰의 질주

롯데홈쇼핑은 대표 캐릭터 '벨리곰'을 전면에 내세워 이목을 끌었다. 3미터 높이의 거대 벨리곰 조형물은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들의 ‘인증샷 성지’가 됐고, 벨리곰 캐릭터를 래핑한 자율주행 셔틀까지 등장했다. 롯데는 기술과 콘텐츠를 결합한 브랜드 전략을 모빌리티 플랫폼 속에 녹여냈다. 메타버스 기반 자율주행 체험관도 함께 운영하며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 경험을 제시했다.

이 같은 캐릭터 중심 전시는 어린이 및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단순한 기술 위주의 모빌리티쇼를 문화 콘텐츠 행사로 확장하는 데 일조했다.

재팬모빌리티쇼 2024 회장 전경. 일본자동차공업회

세계는 이미 ‘탈자동차’ 중…CES와 도쿄, 제네바의 변화

이 같은 변화는 비단 서울만의 흐름이 아니다. 세계 주요 모빌리티쇼는 이미 자동차 전시회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

CES는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지만, 최근 몇 년간 모빌리티 분야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2025 CES에는 폭스콘, 스즈키, 코마츠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 외 기업들의 존재감이 한층 두드러졌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의 자율주행·커넥티드카 기술도 CES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CES 모빌리티관은 이제 별도 전시장을 마련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도쿄 모터쇼는 2023년부터 '재팬 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꿨다. 자동차 중심이었던 구성은 자율주행 로봇, 퍼스널 모빌리티, UAM(도심항공교통) 등으로 확대됐다. 휠체어, 유모차 제조업체까지 참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전시장 구성도 자동차보다는 기술 체험 및 실생활 기반 이동수단 중심으로 재편됐다.

제네바 모터쇼는 전통 있는 유럽 자동차 박람회였지만, 제조사 불참과 행사 축소로 2024년을 마지막으로 스위스에서의 개최를 종료했다. 현재는 카타르 도하에서 ‘카타르 모빌리티쇼’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개최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중동의 모빌리티 산업 중심지를 겨냥한 전략적 변화로 해석된다. 기존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의도다.

지난해 제네바 국제전시장 팔렉스포에서 열린 제네바 모터쇼. 연합뉴스

脫자동차는 산업 트렌드의 변화

모빌리티쇼의 ‘자동차 탈피’는 산업 트렌드 변화의 반영이다. 전기차 대중화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은 물론, 드론 배송과 로봇 물류, 도심항공체계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이동’의 시대가 열렸다. 관람객의 시선도 이제 단순한 신차보다는 기술과 라이프스타일의 접점에 더 주목한다.

이제 전시회 현장에서는 전통적인 정적인 자동차 전시보다, 시뮬레이션·VR·AI 기반 체험 부스에 더 많은 발길이 몰린다. 관람객은 제품을 ‘보는 것’보다 ‘타보는 것’, ‘느끼는 것’에 관심이 있다. 기술은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며, 사용자 중심 경험이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전시회는 트렌드를 따라간다. 이제 자동차 없는 자동차쇼는 낯설지 않다. ‘모빌리티’란 이름 아래 펼쳐지는 다양한 해석과 시도는 오히려 기존 자동차 전시회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서울모빌리티쇼가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탈자동차, 탈하드웨어, 탈정형 기술의 흐름은 국내 산업과 전시문화에도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모빌리티는 더 이상 차체 성능을 겨루는 무대가 아니다. 사람과 기술, 일상이 만나는 종합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서울모빌리티쇼는 그런 진화의 방향을 가장 분명히 보여준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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