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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조선 수주, 韓이 싹쓸이…K조선의 ‘지정학 반사이익’ 현실

"3월 미국發 수주, 한국이 싹쓸이"
트럼프發 관세폭풍, 중국 봉쇄와 한국 기회 동시에
전략은 '직수출'이 아닌 '현지화+제휴’
"K조선, 지정학 타고 돛 올렸다“
하재인 기자 2025-04-09 10:17:49

3월 한 달간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기록적인 수주 실적을 거두며 글로벌 조선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는 총 44척에 달하는 선박 수주에 성공하며, 전 세계 발주량의 55%를 한국 조선업계가 차지했다. 특히 이번 수주 중 상당수가 미국발 발주라는 점에서, 단순한 실적을 넘어서는 전략적 의미가 주목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며, 중국 조선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이 사실상 봉쇄된 반면, 한국은 동맹국 지위를 활용해 '지정학적 반사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필리 조선소 전경. 한화

"3월 미국發 수주, 한국이 싹쓸이"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3월 한 달간 전 세계 670만 CGT(표준화물환산톤수) 중 369만 CGT를 수주했다. 이 중 상당수가 미국 선주사로부터 이뤄진 발주로, 업계는 이를 두고 "한 달간 미국 조선 수주 물량을 사실상 한국이 싹쓸이한 셈"이라고 평가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3월 한 달간 21척, 삼성중공업은 12척, 한화오션은 11척의 선박 수주에 성공했으며, 이 중 다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친환경 추진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국 조선업계는 그간 미국 시장에서 5% 내외의 직수출 비중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그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수주 물량과 함께 조선 산업 내 미주 시장 비중이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현지시간 2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發 관세폭풍, 중국 봉쇄와 한국 기회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연설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등 특정국에 대해서는 최대 60%에 달하는 보복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은 여기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해양 인프라 및 방산 연계 산업으로서 수입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조선업체는 이미 미국의 무역 제재 리스트에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관세율 50% 이상이 적용될 경우 사실상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미국 선주사들은 한국 조선소에 대한 발주 확대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동맹국 지위를 바탕으로 상대적 관세 우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방산 협력, 기술 공유, 에너지 인프라 교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조선업도 '전략 동맹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잉걸스 조선소. 헌팅턴 인걸스

전략은 '직수출'이 아닌 '현지화+제휴’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시장 공략에 있어 단순한 직수출을 넘어 현지화 및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 해군 군수지원선박 등 방산 분야 직접 수주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방산 조선소와 MOU를 체결하고, 군용 보급선 및 해양에너지 선박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와 고부가 LNG선 위주로, 미국 내 수요처와의 연계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직수출보다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관세 우회 전략이 더 실익이 크다"며 "이제 조선업도 지정학적 산업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LNG 운반선. 삼성중공업

"K조선, 지정학 타고 돛 올렸다“

중국은 여전히 저가 수주 공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일본은 일부 기술력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력과 규모에서 한국에 밀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가 정책을 기반으로 고기술력과 동맹 신뢰라는 무기를 동시에 갖춘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제 조선업 역시 반도체처럼 국가 간 기술 블록화와 안보 협력이 맞물리는 산업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의 수주 성적표는 단순한 경기 회복의 산물이 아니라, 국제정세의 변화가 만들어낸 산업 지형의 이동"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는 지정학적 파도를 타고 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3월의 성과는 그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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