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구글, AI 경량화 선언…검색 기업에서 에이전트 기업으로

AI 모델 '제미나이 2.5 플래시(Gemini 2.5 Flash)' 공개
챗GPT와는 다른 길…"지식 사전" 아닌 "일하는 비서“
검색 기업에서 에이전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구글
하재인 기자 2025-04-10 10:19:46

구글이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 2.5 플래시(Gemini 2.5 Flash)'를 공개했다. 기존 대형 언어모델이 정확성과 성능 중심이었다면, 플래시는 빠른 반응과 저비용을 강조하는 실용형 모델이다. 실시간 문서 요약, 정보 탐색, 고객 응대 등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용 '슈퍼 AI'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비서'를 지향한다.

구글 제미나이 2.5 로고. 구글

속도와 효율 높인 ‘실용형 AI’ 주목

플래시는 구글의 버텍스 AI나 제미나이 앱에서 미리보기 형태로 사용할 수 있으며, 복잡한 요청과 단순한 요청을 구분해 자동으로 처리 강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특징이다. 프롬프트의 난이도에 따라 추론 수준을 달리해 응답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챙겼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예를 들어 단순한 일정 확인이나 문서 요약 요청에는 빠르게 반응하고, 복잡한 분석 요청에는 더 깊이 있는 연산을 수행한다. 이는 마치 '자동 기어 변속' 기능처럼 상황에 따라 알아서 속도와 동력을 조절하는 자동차와도 같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행사에서 "예산과 성능의 균형을 맞추는 유연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와 글로벌 사설망 '클라우드 WAN'도 AI 성능과 확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피차이 CEO는 "아이언우드는 역대 가장 강력한 칩으로, 연내 출시 예정"이라며 AI 시장의 기술 우위를 자신했다.

구글이 아이언우드를 공개했다. 구글 클라우드

챗GPT와는 다른 길…"지식 사전" 아닌 "일하는 비서“

플래시 모델의 등장은 챗GPT 중심으로 흘러온 대화형 AI 시장에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오픈AI의 챗GPT가 방대한 지식 기반과 정밀한 언어 이해를 장점으로 내세운다면, 제미나이 플래시는 빠른 속도와 작업 중심의 효율성을 내세운다.

챗GPT가 일종의 '지식 백과사전'이라면, 플래시는 '일 잘하는 비서'에 가깝다. 예를 들어 챗GPT는 글의 흐름과 스타일을 반영해 고급 요약을 시도하는 반면, 플래시는 핵심만 빠르게 정리한다. 따라서 실시간 응대나 대규모 사용자 요청에 더 적합하다. 대규모 콜센터, 고객 지원, 전자상거래 문답 등 실시간성과 비용이 중요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라스베이거스 구 형태 공연장 스피어에서 AI를 활용해 오즈의 마법사를 재현했다. 구글 클라우드

검색 기업에서 에이전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구글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구글의 정체성 변화다. 기존 구글은 검색엔진을 중심으로 '찾아주는 회사'였다. 그러나 제미나이 2.5 플래시는 '알아서 제안하는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한 셈이다. 검색은 사용자가 질문을 던져야 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상황을 읽고 먼저 답을 제시한다. 이는 검색의 본질 자체를 AI가 대체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향후 광고 기반 검색 수익 모델에도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행사에서 구글은 에이전트 간 통신이 가능한 'A2A(Agent-to-Agent) 프로토콜', 개발용 도구인 '에이전트 개발 키트(ADK)'도 함께 선보이며, 기업용 AI 에이전트 생태계 확대 전략도 밝혔다. 기존 데이터 시스템 위에 바로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기능도 주목받았다.

삼성 AI 로봇 볼리. 삼성전자

AI, 실생활 로봇과 연결돼 현실 세계로

특히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은 삼성전자의 로봇 '볼리(Balli)'에 제미나이 모델이 탑재된다는 소식이다. 볼리는 사람의 음성과 얼굴,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인식해 반응하는 AI 컴패니언 로봇으로, 음성·시각·센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만큼 고성능 AI의 도움이 절실하다. 제미나이 플래시의 실시간 멀티모달 처리 기능이 이 요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삼성)와 소프트웨어(구글)가 결합하는 이번 협업은 '기기 내장형 AI'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는 향후 스마트홈, 웨어러블,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요컨대, 제미나이 2.5 플래시는 AI가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쓰고 꺼낼 수 있는 일상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앱처럼 가볍게 설치되고, 프린터처럼 필요한 순간 호출되는 '경량형 AI'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사용자는 복잡한 사용법 없이, 단순한 요청만으로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술은 작아지고, 가능성은 더 넓어지고 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향후 2~3년내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난 영향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고 한다. 특히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이어서 시행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