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반도체, 국방장비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중국이 이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세계 산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미국 산업 전반에 미치는 실질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中 상무부, '군사 전용 우려 기업'에 수출 금지
중국 상무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삼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기술 봉쇄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과거 2010년에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분쟁 이후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전례가 있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스칸듐, 이트륨, 란탄족 15개 원소 등 총 17종으로 구성된다. 이들 원소는 극소량만으로도 전자기적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지구의 비타민'이라 불린다. 주요 용처는 스마트폰, 하이브리드차, 풍력터빈, 미사일 유도장치, 반도체 노광장비, 통신장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美, 채굴은 있어도 정제는 중국 의존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약 7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정제 및 분리 기술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이 독점하고 있어, 미국 내에서 채굴한 희토류도 중국에서 정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 광산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고순도 정제는 불가능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 제한이 미국 산업에 일부 긴장을 줄 수 있으나, 당장 산업 생태계를 마비시킬 수준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자원정책 전문가 스콧 케네디는 "중국의 이번 조치는 명백한 정치적 메시지이며, 실제로는 미국이 이미 상당 수준의 희토류 재고를 확보하고 있고,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 경로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재고·우회 수입·기술 투자로 충격 흡수 중
실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희토류 리스크를 의식해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마운틴 패스 광산을 재가동하고, 호주, 베트남, 캐나다 등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희토류 재활용 기술에도 투자를 늘려왔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1억 달러 이상을 희토류 분리 및 재활용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미국 산업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분야는 방위산업이다. F-35 스텔스 전투기, 스마트 유도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등 핵심 무기 체계에 희토류가 대량 사용된다. 또한 전기차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네오디뮴 자석은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소재다.

한국도 공급망 다변화 시급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이정훈 교수는 "희토류는 친환경 에너지와 국방기술 양쪽 모두에 걸쳐 있는 소재인 만큼,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반드시 이를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희토류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 국산화 및 공급망 다변화에 더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주요 국방·전기차 기업들의 주가는 발표 직후 일시적 상승을 보였으나 곧 안정세를 되찾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수출 제한이 실제로는 제3국을 통한 간접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고, 미국이 이미 대체 경로 확보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일회성 외교 카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토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조치는 희토류라는 전략 자원을 둘러싼 경쟁 구도를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하지만 산업계가 마비되거나 패닉에 빠질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자원은 무기화될 수 있으나 그 무기가 실효적일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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