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장을 지속 중인 합성고무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석유화학 업계 국내 기업은 합성고무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침체가 이어지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나홀로 선방'이라고 할만한 성과다. 1909년 발명 이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 합성고무는 이제 석유화학 업계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합성고무, 산업화·천연고무 생산량 감소 등에 수요 증가
합성고무는 석유나 석탄에서 추출되는 탄화수소 혼합물을 원료로 만들어진 인공 고무다. 천연고무에 비해 내마모성, 내열성, 내오존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성과 강성이 뛰어나기에 자동차, 방위산업, 공업용 고무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세계적 산업화와 자동차 산업의 성장으로 합성고무 수요는 지속 증가했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 기후변화 등으로 천연고무 생산량이 감소한 점도 합성고무 수요 증가의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자동차용 타이어에 사용되는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 가격은 연초 대비 20% 넘게 상승했다. 나이트릴뷰타다이엔 라텍스(NB라텍스) 가격도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연초 대비 24% 상승했다.

금호석유화학, 합성고무 시장 선도…50년 넘게 사업 진행
현재 성장하는 합성고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건 금호석유화학이다. 금호석유화학은 1973년 국내 최초로 합성고무를 생산한 이래 50년 넘게 관련 사업에 집중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4% 줄었지만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합성고무 부문에서의 영업이익은 1,0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DL케미칼의 합성고무 자회사인 카리플렉스도 2020년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20% 전후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누적 영업이익률은 19.5%에 달한다. 해당 자회사는 수술용 장갑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폴리이소프렌 합성고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합성고무 사업의 성과도 계속될 전망이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천연고무 공급이 2024년 역성장을 시작으로 생산량이 유지되거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합성고무 신규 증설도 제한적이라 2028년까지 합성고무의 업사이클을 전망한다”고 예측했다.

석유화학 불황 속 미래 성장 동력이지만 진입장벽 높아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이 이어지는 만큼 성과를 보이고 있는 합성고무 사업 투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현재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전기차 캐즘, 경기 불황 등의 요인으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LG화학의 영업이익은 63.8% 감소했고 롯데케미칼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합성고무는 고객사 요청에 맞춘 기술이 필요해 후발 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합성고무 사업을 위해 이탈리아 벨르살리스와 합작해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를 출범했지만 해당 자회사는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말레이시아 소재 합성고무 생산 회사인 LUSR을 청산했다.

시장 성장 잠재력 높아…“순수 NCC 대비 차별성 부각될 것”
합성고무 사업은 진입이 어려운 분야지만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관련 투자를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 잠재력이 높고 침체를 겪는 업계의 수익성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합성고무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4.9% 성장해 481억7,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이에 더해 시장에서도 합성고무 시장 우위를 확보 중인 금호석유화학을 예시로 들며 타 석유화학과의 차별성을 부각 중이다.
최고운 한투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관세 분쟁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졌다. 화학 업황의 불확실성도 확대됐고 금호석유화학 역시 수요 감소 가능성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도 “순수 NCC 업체 대비 합성고무 체인의 차별성은 오히려 더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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