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다락방 투자] 월가의 환호, 기술로 돌아 온 에너지 ‘SMR’
2025-07-17
플라자 합의의 교훈과 ‘마라라고 어코드’의 등장
1985년 9월22일 미국은 서독, 일본, 프랑스, 영국과 함께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역사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는 과도한 달러 강세로 인한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G5주요국들이 공동으로 달러 절하에 동의한 협정이었다. 그 결과 달러 가치는 1985년~1987년 사이 엔화 대비 약 50%, 독일 마르크(DM) 대비 약 40% 절하됐으며 미국의 무역수지는 일시적으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일본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엔화 급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급감하자 일본 정부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에 나섰고, 이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거품 형성으로 이어져, 결국 1990년대 초 버블이 붕괴하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
현재 트럼프의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인 스티븐 미란은 이 역사적 사례를 직접 인용하며 ‘마라라고 어코드’라는 정책을 제안했다. 미란은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미국 달러의 과대평가를 “경제적 불만의 뿌리”라고 규정하며, “필요하다면 동맹국과의 협력 없이도 미국이 단독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는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대한 기본 10% 관세와 함께 미국에 불공정하게 무역 장벽을 치는 나라들에겐 그만큼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제2차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CNN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가정당 연간 약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관세 정책이 단순한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더 큰 전략적 목표를 위한 수단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이러한 관세 정책의 진짜 목적이 미국으로의 제조업 회귀 유도와 함께 달러 약세 압박에 있다고 분석한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궁극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미란의 계획에 따르면, 미국 달러가 수십 년간 과대평가되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야기했으며,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달러 절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두가 달러 약세 전략에 속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달러 약세 전략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교수는 “달러 약세 전략은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약화시키고 재정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제프리 프랑켈(Jeffrey Frankel) 교수 역시 “일방적인 달러 약세 압박은 달러 패권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란이 제안한 방안 중에는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에 대한 ‘사용자 수수료’ 부과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지급해야 할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것(Withholding)으로 국제 금융 질서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 우리나라는 G5의 직접 당사국은 아니었지만, 엔화 급등과 달러 약세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엔고로 일본 제품 값이 오르자 한국산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은 늘었지만, 미국과의 무역에서는 변동성이 커졌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플라자 합의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은 미국보다는 일본의 통화정책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 구조로 재편됐다.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달러 절하 정책이 본격 가동될 경우,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에 더욱 노출될 것이며, 자산시장의 불안정성도 심화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의 주력 수출 산업은 달러 약세로 인한 상대적 경쟁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너머의 진짜 게임에 대비해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관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모델로 한 환율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핵심은 미국 제조업 회복과 재정적자 완화를 위한 달러 약세 유도이며, 이 전략은 과거와 달리 다자간 협력 없이 미국 단독으로 펼칠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월가의 관세 관련 보도에만 집중한다면, 이러한 통화·재정 전략의 방향성을 놓칠 수 있다. 우리를 비롯한 수출 의존형 국가들은 플라자 합의의 역사적 전례를 교훈 삼아, 현재 미국의 정책 변화가 가져올 파장을 보다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이 성공할지, 아니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오히려 약화시킬 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국제 통화 질서를 재편하려는 거대한 미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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