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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도로 위 수작업 공사...제도 개선 언제쯤

시민단체 등 수년전부터 지적...통일된 규칙안 마련 못해
도로 위 차선 등 도료 수작업 여전 ...인사 사고 되풀이
로보프린트, 로봇 도료 획기적 기술 상용...제도 마련 촉구
국토교통부·경찰청 등 도료 기술 표준안 마련 시급
조시현 기자 2025-10-15 16:29:15
▲도로안전시설. 충주시/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을 국정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도로 위에서는 여전히 도로공사 작업 근로자들의 목숨은 위협받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도로공사 중 교통사고 사망자(사고 건수)는 2022년 19명(698건), 2023년 25명(747건), 2024년 15명(806건)으로 매년 약 20명 안팎에 이르고 있다.

특히 도로 위 차선 도색 작업은 차량 통행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진행되다보니, 도로 위 다른 공사보다 사고 위험이 훨씬 높다.

한국도로공사가 집계한 2018~2022년 사이 ‘고속도로 공사구간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5년간 차선 도색 작업으로 인한 사고로 숨진 사람이 8명이고 부상자가 2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 마련이 여전히 아쉬운 실정이다.
▲도로위에서 근로자들이 차선 작업하는 모습. 한양경제

■ 법의 빈틈이 만든 ‘수작업의 굴레’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차선 색상과 도료 기준은 규정하지만 ‘문자 표기’의 세부 규격(서체, 크기, 획두께, 장평, 자간 등)은 통일된 규정이 없고 지자체 별로 제각각인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전국 대부분의 도색 작업이 여전히 100%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시공자의 감각에 따라 문자의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고, 준공검사는 사진 위주로 처리된다.

시민단체 등은 수년전부터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지만, 개선책 마련은 요원하기만 하다. 결국 도로 위에 사람이 직접 서야 하는 구조가 유지되며, 사고는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몇년전에 통일된 규칙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국감 기간 동안 경찰청과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통일된 규칙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자체별로 도로 여건이 천차만별이다보니 규칙안 마련이 쉽지 않다”며 “더 늦기 전에 통일된 규칙안 마련과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로공사 사고를 방지할 기술력은 이미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주)로보프린트는 사람 대신 로봇이 노면 문자를 자동으로 도색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 장비는 입력된 문자 데이터를 좌표변환 알고리즘으로 처리해, 일정한 크기와 두께로 정밀하게 도료를 분사한다. 따라서 작업자는 차도 위에 서지 않고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어,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제도와 행정의 관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안전보다 민원, 생명보다 관행이 앞서는 행정 현실이 기술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도로 위 안내 표시가 지워진 모습. 한양경제

■ 서울시 조례 개정...변화의 시작일까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논의가 몇 년째 공전하고 있지만,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관련 조례를 개정해 로봇을 활용한 차선 도색 등 신기술 시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도 시범사업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국토교통부·경찰청 등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 제정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시민단체 등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개정안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국감을 계기로 통일된 개정안 마련 논의를 들여다보려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정안 마련 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도로 노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백종은 한국도로학회 박사는 “반복되는 사고는 결국 사람이 도로 위에 직접 서야 하는 구조 때문”이라며 “로봇 시공, 자동화 페인팅, 빠른 경화 도료 등 신기술을 현장에 접목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와 행정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서 위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노면문자 규격화와 무인 시공 기준을 마련하는 등 범정부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계기관의 각성과 시급한 대책 마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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