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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광·박수훈 소방관 애도 물결…3일 현충원 안장

김 소방장, 부친과 함께한 마지막 아침밥
미혼 박 소방교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 큰 애착
2014년부터 위험직무 맡다 순직한 소방관만 42명
“진화경험 많은 소방관이 선착대로 가도록 규정만들어야”
이승욱 기자 2024-02-02 14:19:22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 육가공 제조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고 김수광(왼쪽)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의 모습./ 경북도소방본부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의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박수훈(35) 소방교(1계급 특진)와 김수광(27) 소방장(1계급 특진)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소방장의 아버지는 “애가 아침에 일어나서 얼른 씻더니 아침을 먹어야겠다고 했다”며 “아내가 차려준 밥과 국을 수광이랑 함께 먹고 출근길에 보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김 소방장이 부모님을 살갑게 대했던 막내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김 소방장은 문경소방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거처를 옮기지 않았다고 한다. 

누나가 결혼했으니 자신마저 떠나면 두분에서만 계셔야 하는 부모님이 눈에 밟혀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수년간 문경에서 구미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출퇴근했다. 

유족들은 김 소방장의 활발한 성격이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했던 어머니를 닮아선지 운동도 곧잘 했다고 기억했다. 

한 유족은 “수광이가 엄마랑 유독 잘 지냈다”며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해서 쉬는 날이면 엄마랑 둘이 예쁜 카페도 자주 놀러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 화재 현장 출동 나갈 때마다 ‘엄마 나 지금 불 끄러 가요’라고 꼬박꼬박 연락도 했다"” “그런 문자를 매일 주고받는 거 보면 수광이 엄마도 정신력이 보통인 사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군대에서부터 소방관을 준비한 그는 당직 근무를 꼬박 새운 다음 날에도 졸음을 이겨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전역 3개월 만에 소방관이 된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허리까지 다쳐가며 인명구조사 시험까지 합격했다. 

항상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게 꿈이었던 그는 결국 그토록 바랬던 119구조구급센터 대원이 됐다. 

퇴근 후에도 훈련에 매진하고 배려심 넘쳤던 김 소방장의 모습을 보고는 그를 따라서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된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한 유족은 “수광이가 그렇게 소방관이 되고 싶어 했는데 합격하고 좋아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젊은 소방관들을 위해서 더 안전한 근무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혼인 박수훈 소방사는 평소에도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하고 다닐 정도로 조직에 큰 애착을 느꼈다.

이와관련해 위험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희생은 연간 적을 때는 2~3명, 많을 때는 1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시스템 재확립, 행재정적 지원 등의 목소리가 거세다. 

소방청이 집계한 ‘위험직무 순직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이다. 문경 화재 현장 희생까지 합치면 42명이다. 

10년간 순직한 40명을 직무별로 보면 화재진압 13명, 구조 6명, 구급 1명, 생활안전 5명, 항공 10명, 교육훈련 3명 등이 유명을 달리했다. 

연도별로는 2014년 7명, 2015·2016·2017년 각 2명, 2018년 7명, 2019년 9명, 2020년 2명, 2021년 3명, 2022년 4명, 2023년 2명이다. 

지난해에는 각각 제주와 전북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인명피해가 컸던 2014년에는 강원도소방본부 소방관 5명이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수색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타고 있던 헬기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2019년에는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독도로 헬기를 타고 출동하던 중앙119구조본부 소방관 5명이 독도 해상에서 헬기 추락으로 숨졌다. 

순직한 이들 모두 임용 1~6년 차, 20~30대 젊은 소방관들이다. 

계급은 특진 전 소방교와 소방사로 소방 계급 중 가장 하위 2계급이다. 

상대적으로 화재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젊은 소방관의 잇단 순직에 현장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학교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소방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를 1순위 방침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서는 적용하기가 힘들다”며 “구조 여부에 따라 소방관에 과도한 비판이 가해진다. 이런 상황에 지휘관이 화재 현장에 소방관을 진입시키는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 순직 사고가 연속적으로 일어난 만큼 대형 화재 투입 경험이 있는 소방대원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진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선착대로 구조를 하러 들어가도록 하는 등 현장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두 소방관의 영결식은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되고, 유해는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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