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한양why] 한국앤컴퍼니 장녀는 왜 건강한 부친을 정신감정 요구했나

조희경, 차남에 주식 전부 매각하자 심판 청구
1·2심 법원 “신체 및 정신상태 이상없어” 기각
조양래 명예회장, 지난달 친형 빈소 직접 조문
권태욱 기자 2024-04-14 14:51:32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가 선보이는 ‘한양why’는 경제·사회·정치 각 분야에서 발생한 이슈나 사건, 동향 등의 ‘이유’를 집중적으로 살펴 독자들이 사건의 이면과 본질을 들여다보기 위한 인사이트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기획 코너입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친형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연합뉴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 항고심이 기각됐죠. 이로써 지난 4년여 간 벌여 온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문제갈등은 사실상 일단락됐습니다.


한정후견 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이 중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로 일부분에 대해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정후견인은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대리권, 동의권, 취소권 등을 갖습니다. 

조 이사장은 “재판부에서 진료기록 중 일부에 대해 청구인이 열람하지 못하게 막아 놔 현재 사건본인의 객관적 정신건강상태 확인이 불분명하다”며 “정황 증거에 대해서도 가족들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 등 다툼 여지가 있는 재판에서 의료감정 절차를 건너 뛰고 한정후견 기각 결정이 이뤄진 것은 후견 재판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 가사50단독 이광우 부장판사는 2022년 4월 조 이사장이 신청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어 조 이사장은 항소심을 제기했으며 지난 11일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판사 조용호)는 조 이사장이 심판 청구한 항고심도 기각했습니다. 이는 1심에 이은 두 번째 기각 결정으로, 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조양래 명예회장의 신체 및 정신상태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최근 타계한 친형 조석래 명예회장의 빈소를 매일 찾아 수행원의 도움 없이 조문하며 풍문으로 떠돌던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스스로 일축했습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조양래 명예회장은 매일 아침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본사에 출근해 운동하고 임원들과 식사 및 회의를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법원 기각 결정으로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을 제외한 자녀들과 조양래 명예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앤컴퍼니 본사./한국앤컴퍼니

그럼에도 조 이사장은 왜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한정후견 청구에 집착했을까요? 이는 지난 2020년 6월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 지분 증여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당시 부친은 한국앤컴퍼니 보유 주식 전량을 조 회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며 그룹 후계자 선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지만, 조 이사장은 “부친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조 이사장은 아버지 건강 이상설, 동생의 경영능력 흠집내기와 폄훼발언 등 가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수위의 발언을 했습니다. 

■부친 “장녀 애초부터 경영권 맡길 생각 없어”
이에 보다 못한 부친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놓으며 장녀의 언행을 꼬집었습니다. “십 수년간 차남에게 실질적인 그룹 경영을 맡긴 결과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재목으로 판단해 경영권을 승계한 것”이라며 후계자 선정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님을 밝혔죠. 

특히, 조 이사장이 자신의 재산에 눈이 멀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을 작심 비판하듯 “또한 회사 경영에 단 한번도 관여한 적이 없었던 장녀에게 애초부터 경영권을 맡길 생각은 없었다”고 말하며 후계 구도에서 일찌감치 배제됐음을 인정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장녀에게 1천억 원이 넘는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조 이사증은 지난해 부친에게 한국타이어 지분 5%를 본인의 재단에 증여하면 한정후견개시 심판 청구를 취하하겠다고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한국앤컴퍼니에 따르면 평소 조 이사장은 경영권과 돈에 관심이 없는 대신, 아버지의 사회공헌과 사회환원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받들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재임 당시 기부 내역을 살펴보면 사회공헌에 대한 조희경 이사장의 언행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부친이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을 통해 2004년부터 현재까지 약 222억 원을 사재 출연해 기부활동을 이어온 반면, 조 이사장은 같은 기간 11억 원 남짓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조 이사장이 2010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에 부친이 약 180억 원을 기부했으나, 조 이사장은 약 3억 원만을 기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회사측은 “1천억 원대의 자산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운영에 필요한 자금 중 약 99%를 아버지 사재로 충당한 것으로 본인 돈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한 것이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한국타이어나눔재단 활동은 2022년부터 거의 진행되지 않는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조 이사장은 남편과 장남 조현식 고문,차녀 조희원씨 등과 함께 지난해 12월 ‘반(反) 조현범 연대’를 구성하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조회장을 압박했으나 지분 경쟁에서 실패해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건강하지 않은 부친을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던 조 이사장의 비판은 정작 자신 자신을 향해 던져야 할 성찰의 문구”라며 “먼 옛날 ‘탕자(蕩子)’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걸인 차림으로 고향에 돌아왔을 때에 이를 가장 반겨준 것은 그의 부친이다. 조 이사장이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속죄의 눈물을 보인다면, 부친도 넓고 따뜻한 가슴으로 딸의 잘못을 사랑으로 품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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