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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외교 여파에 과징금 폭탄 맞은 대한항공

직원 실수로 러시아 세관 절차 위반
대한민국 외교부재에 과징금 1,800억 원으로 폭증
하재인 기자 2024-10-14 10:47:2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반러 냉전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출국 도장을 받지 않은 직원의 실수로 인해 1,8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었다. 이 사태는 단순한 실수로 시작됐지만,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해 송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출발은 단순 실수, 문제는 러시아 세관 직인 미확인

2021년 2월 22일, 대한항공의 KE259편 화물기는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도중 러시아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공항을 경유했다. 화물기가 세레메티예보 공항을 떠날 때, 해당 항공기는 세관의 직인 날인을 받지 않고 이륙한 것이 문제가 됐다. 세관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이 사건으로 인해, 러시아 세관 당국은 대한항공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즉시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러시아 법원은 대한항공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말 러시아 대법원은 1심 판결을 유지하며, 대한항공이 모스크바 세관 당국이 부과한 41억 5,800만 루블(약 580억 원)을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원래 부과된 과징금은 83억 루블(약 1,160억 원)이었으나, 1심에서 절반으로 감액되었다.

대한민국 외교부재에 과징금 1,800억 원으로 폭증

과징금을 절반으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과징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한 데 따른 추가 부과금이 발생했고, 러시아 법원은 대한항공이 미납액의 두 배인 83억 루블을 추가로 납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총 1,800억 원에 이르게 되었다. 대한항공 측은 추가 과징금에 대해 다시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러시아의 절차와 규범을 성실히 준수했고, 위법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 "과도한 과징금 부과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추가 과징금에 대해 상고를 진행하는 한편, 양국의 유관 부처와 협력해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금 차단, 러시아 운항 재개도 불투명

하지만 대한항공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인해 과징금을 납부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로 인해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를 통한 대규모 송금이 차단된 상태여서, 대한항공은 과징금을 송금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러시아로 수백억 원의 거액을 송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향후 러시아 운항 재개에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3월부터 러시아 직항 및 경유 노선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과징금이 체납 상태로 남아 있을 경우, 러시아 항공 당국이 노선 재개를 허가하지 않거나 운항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체납 및 지연 처리가 되며, 이는 노선 재개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 운항 재개시, 외교갈등으로 번질 수도

대한항공의 상황은 단순한 항공사의 문제를 넘어 국가 간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 부과된 과징금이 해결되지 않으면, 서방의 제재가 풀린 이후에도 러시아로의 운항 재개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과징금을 납부하지 못한 것이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될 경우, 양국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은 러시아와의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지만, 러시아의 제재와 미국의 경제 제재가 겹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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