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HY 산업리뷰] 고전 면치 못하는 LCC 항공사들, 한국만의 이유 따로 있다.

좁은 시장, 대형 항공사의 LCC 시장 잠식
한정된 국제선 의존도와 정치적 리스크
하재인 기자 2024-10-15 14:24:15
왼쪽 상단부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최근 한국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CC 중 가장 규모가 큰 제주항공은 2분기에 9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티웨이항공도 215억 원의 손실과 함께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진에어의 영업이익은 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다. 에어부산의 경우 전년 대비 46% 감소한 18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된 상황에서 수익성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의 LCC 항공사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LCC 항공사들이 유독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적 특수 상황으로 꼽히는 네 가지 이유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해본다.

좁은 국내 시장과 치열한 경쟁

한국 LCC 항공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좁은 국내 시장이다. 대형 항공사들이 국제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LCC 항공사들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단거리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국내 항공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여러 LCC 항공사들이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레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

반면, 외국 LCC 항공사들은 지리적으로 넓은 범위를 운항하며 다양한 노선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동남아시아의 AirAsia나 유럽의 Ryanair 같은 항공사들은 각국의 도시간 노선을 폭넓게 운항하며, 항공기 회전율을 높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도시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LCC 항공사들의 수익 창출 기회가 더 많다. 반면, 한국 LCC들은 제한된 국내선 운항으로 인해 기회가 좁다.

게다가 LCC 항공사들간 경쟁도 치열하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여러 항공사들이 제한된 시장에서 저가 항공권으로 경쟁하면서 수익성을 희생하고 있다. 이는 항공사들의 생존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켰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다.

대형 항공사의 LCC 시장 잠식

한국의 LCC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대형 항공사들이 자사 LCC 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저가 항공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있다. 대형 항공사들은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으며,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외국의 LCC 시장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대형 항공사들은 LCC 항공사들과 다른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있다. 예를 들어, Ryanair와 EasyJet 같은 유럽 LCC 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와 경쟁보다는 저가를 원하는 고객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형 항공사와 LCC 항공사가 동일한 노선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 독립적인 LCC 항공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과 국내선에서 모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LCC 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대한항공의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아시아나항공에 속해 있어 자금력과 인프라 면에서 독립적인 LCC 항공사들과 차별화된 위치에 있다. 이는 독립적인 LCC 항공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한정된 국제선 의존도와 정치적 리스크

한국 LCC 항공사들이 주로 의존하는 국제선 노선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가 대부분이다. 이들 국가에 대한 항공 수요는 여전히 불안정하며, 정치적 리스크가 상존한다. 예를 들어, 한중 간의 정치적 갈등이나 한일 간의 외교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항공 수요가 급감하는데, 이는 LCC 항공사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의 LCC 항공사들은 이러한 단거리 국제선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이는 특정 국가의 수요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노선의 항공 수요가 급감했고, 이는 한국 LCC 항공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일본 노선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반면 외국 LCC 항공사들은 더 다양한 국제선을 운항하며,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LCC 항공사들은 유럽 내 다양한 국가들 간의 노선을 운항하면서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한국 LCC 항공사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크다. 하지만 중국의 방역 정책이 완화되지 않거나 국제 여행이 자유롭게 재개되지 않으면 중국 노선에서의 회복은 더디다. 이러한 한정된 국제선 의존도와 정치적 불안정성은 한국 LCC 항공사들이 직면한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다.

공항 인프라 및 슬롯 제한

한국의 주요 공항인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등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국제선의 경우 슬롯 확보가 어려워, LCC 항공사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항공편을 운영하기가 힘든 구조다. 이는 항공사들이 원하는 노선에서 경쟁력 있는 시간대에 항공편을 운항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그 결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는 달리, 외국 LCC 항공사들은 더 다양한 공항을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저가 항공사 전용 터미널을 갖춘 공항들이 많아 공항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유럽의 Ryanair는 대형 공항이 아닌 중소형 공항을 주로 사용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더 많은 슬롯을 확보해 운항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AirAsia 또한 다양한 중소 공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저가 항공 전용 터미널에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주요 공항의 슬롯 확보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LCC 항공사들은 원하는 노선이나 시간대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인천공항은 국제선의 핵심 허브이지만, 대형 항공사들이 우선적으로 슬롯을 배정받고 있어 LCC 항공사들에게 남는 슬롯은 제한적이다.

한국의 LCC 항공사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경영 전략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정책적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다. 좁은 국내 시장과 대형 항공사와의 치열한 경쟁, 국제선 의존도와 정치적 리스크, 그리고 공항 인프라의 부족은 한국 LCC 항공사들에게 특히 큰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한국적 특수 상황을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 LCC 항공사들의 경영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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