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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수첩] 오후 4시 두산 기자회견 유감

하재인 기자 2024-10-22 11:00:14
한양경제 하재인 기자

두산그룹이 또다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안을 발표했다. 불과 두 달 전, 주주들의 반발로 합병을 철회했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함마저 느껴졌다. 무엇보다 기자회견 발표 시간과 방식이 문제다. 

두산그룹은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에서 합병안을 발표했다. 이 시간은 보통 언론사들이 그날의 주요 기사를 1차로 마감한 뒤다. 이후 발생하는 뉴스는 주로 속보 형식으로 짧게 보도할 뿐, 심도 있는 분석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두산은 이 시간대를 선택했다. 마치 정치인들이나 권력기관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언론 사각 시간대인 금요일 오후, 그것도 저녁 시간에 발표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두 달 전 두산그룹은 합병안을 철회하며 국민과 주주들에게 “소통 부족”을 사과했다. 그때 두산그룹은 향후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발표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공청회나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생략됐고, 마치 이미 결정된 사항을 통보하는 듯한 태도로 다시 합병안을 꺼내 들었다. 이번 발표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다.

기자회견에서 경영진은 합병의 목적을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와 "투자 여력 확보"로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재정적 부담을 덜고, 원자력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그러나 이 합병안이 정말로 주주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대주주와 경영진의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두 달 전 철회안에 숫자만 일부 바꿔 들고나온 것 자체가 주주들과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선 조급함마저 느껴졌다. 국민과 주주들을 위한 소통보다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필요를 채우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의식한 합병 비율 조정도 있었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두산그룹은 이번에도 소통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고, 위기 관리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의 중요한 자산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기업이다. 이 회사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재편된다는 소식은 많은 주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이러한 재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합병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의 시너지가 어떻게 발생할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경영진은 단기적으로 2026년까지 1000억 원, 2030년까지 5000억 원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전략이나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주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이번 발표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면, 왜 이러한 결정이 충분한 소통과 토론 없이 급하게 추진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구조 재편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주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장기적인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조급함은 두산그룹이 향후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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