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스타벅스, '1등의 저주'에 빠지나?

매출 성장 뒤에 숨겨진 소비자 불만과 브랜드 가치 위기
끊임없는 매출 상승, 그러나 놓친 신뢰
'제3의 공간'에서 '돈 버는 공간'으로
하재인 기자 2024-11-20 09:47:09

스타벅스 코리아는 매출 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기록하며 국내 커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2019년 1.87조 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2.92조 원으로, 4년 만에 약 56% 성장했다. 2024년에는 3조 원 돌파가 예상되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속에서 아이스 음료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4.7%로 급락한 이후 2024년 3분기에는 8.4%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회복은 단기적인 매출 증가에 의존한 결과로,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이미지의 훼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22년, 스타벅스가 사은품으로 제공한 가방에서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면서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소비자들은 이를 단순한 기업 실수가 아닌 안전성을 소홀히 한 사례로 인식하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와 더불어 신세계 정용진 회장의 발언과 행보는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건들은 단기적인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신뢰를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2022년 스타벅스 사은품 '서머 캐리백'. 스타벅스 코리아

끊임없는 가격 인상, 소비자는 지쳤다

스타벅스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음료 가격을 인상하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2023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특히 11월에는 아이스 음료의 가격만 올렸다. 그란데 사이즈는 5000원에서 5300원으로, 벤티 사이즈는 5500원에서 6100원으로 인상됐다.

소형 음료의 가격은 동결됐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회사는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점차 스타벅스 음료가 가성비를 잃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편의점 커피나 2000~3000원대 저가 브랜드로 이동하는 사례가 증가하며, 커피 시장 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 인상만이 아니라, 가격 대비 경험의 가치가 줄어든 것에 대해 더욱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지향했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는 점차 희미해지고, 대신 "과도한 상업주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신세계 자회사 이마트의 이마트몰에서 판매 중인 스타벅스 샌드위치 바비큐 치킨 치아바타. 이마트몰 메뉴 화면

'제3의 공간'에서 '돈 버는 공간'으로

초기 스타벅스는 커피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 공간, 즉 '제3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매장은 단순한 음료 판매 장소를 넘어 사회적 만남과 창작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이는 스타벅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스타벅스는 이 정체성을 잃고 '돈 버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3년 기준, 스타벅스는 선불 충전금으로 318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F&B 시장 내 2위인 투썸플레이스(62억 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현금 보유를 통해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스타벅스가 과도한 이익을 추구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신세계와의 시너지를 목표로 도입된 샌드위치 판매와 같은 전략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상품 판매에 지나치게 치중한 상업적 공간"이라는 비판은 브랜드 정체성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 '버디 패스'. 신세계

'버디 패스'와 프로모션, 단기적 효과의 함정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구독제 '버디 패스'와 같은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다. '버디 패스'는 오후 2시 이후 제조 음료를 30%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며, 기존 고객들에게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구독제는 고객이 적극적으로 쿠폰을 사용할수록 스타벅스가 손실을 입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할인율과 제조 비용 간의 차이로 인해 이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반복적인 프로모션은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스타벅스의 기존 이미지를 흐리게 만든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스타벅스를 특별한 공간이 아닌, 단순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와의 관계 회복 없이는 미래 없다

스타벅스는 독보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한국 커피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러한 성공이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가치 훼손을 대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스타벅스는 이제 단기적인 매출과 이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기의 '제3의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리사이클링 프로그램 강화나 지역 사회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 필요하다.

스타벅스는 '1등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본질적인 변화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소비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국 '1등의 저주'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3년 뒤 주택 공급난 닥치나

향후 2~3년내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난 영향으로 집값 상승 우려가 있다고 한다. 특히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을 이어서 시행

DATA STORY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