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란성 광고 문자가 급증하며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발송되는 이들 문자는 불법 도박 사이트와 성인 콘텐츠 광고, 피싱 링크까지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스팸을 넘어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불법 스팸 문자 신고 건수는 200만 건을 넘어섰고, 이 중 음란성 문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1%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대학생 김 모 씨는 “차단 기능을 설정해도 다른 번호로 계속 문자가 온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직장인 박 모 씨는 “음란성 문자의 링크를 잘못 클릭한 뒤 스마트폰에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돼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말했다.
음란성 문자는 특히 링크를 통해 악성코드를 유포하거나 피싱 범죄로 연결될 위험이 높다. 하지만 관리 부실이 반복되며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여전히 통신사의 적극적인 대응이나 해결책은 미비한 상태다.

위탁에 재하청까지… 통신사 책임 방기는 여전
음란성 문자 확산의 배경에는 통신사의 문자 송출 관리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SKT, KT, LG U+ 등 주요 통신사들은 대량 문자 발송 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다시 하청 구조를 통해 송출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문자 송출 시스템은 하루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필터링이 허술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광고 문자와 음란성 문자를 구분하지 못한 채 일괄적으로 송출되고 있는 것이다. 위탁업체들이 필터링 강화를 꺼리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신사들 역시 위탁업체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우리는 문자 송출 플랫폼만 제공할 뿐, 관리 책임은 위탁업체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문자 송출 시스템을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 상황에서 관리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수익 앞에선 방관… 통신사들 해결 의지 부족
대량 문자 발송은 통신사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고 있다. 문자 발송량이 증가할수록 통신사의 수익도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다. 음란성 문자 역시 일반 문자와 동일하게 처리되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를 차단해야 할 동기가 부족하다.
2023년 기준, 국내 3대 통신사의 문자 발송 서비스에서 발생한 수익은 약 3,000억 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중 상당 부분이 불법 광고 문자와 같은 대량 발송 서비스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보안 전문가 김 모 교수는 “통신사들이 문자 발송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필터링 기술 도입이나 관리 강화에는 소극적”이라며 “수익 논리가 앞서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통신사의 수익 구조를 비판하며 음란성 문자 발송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팸 문자로 이익을 얻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는 기술과 규제로 대응… 한국도 대책 마련 시급
해외 주요 국가들은 강력한 법적 제재와 기술적 대응을 통해 음란성 문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본은 AI 기반의 문자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문자 내용에 특정 키워드나 URL이 포함된 경우 발송 단계에서 자동으로 차단한다.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일본의 스팸 문자 신고율은 2023년 기준 35% 감소했다.
미국은 불법 문자 발송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불법 문자 송출이 적발될 경우 업체에 연간 최대 1,000만 달러(약 13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문자 플랫폼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도 시행 중이다. 이러한 강력한 법적 제재는 불법 문자 발송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기술적 대응과 법적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자 발송 단계에서 AI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위반 업체에 대한 과징금과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음란성 문자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통신사들은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문자 송출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음란성 문자 문제는 시민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과 범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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