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매서운 中 로봇굴기..로봇업계 '긴장’

중국, 로봇밀도 3위로 급부상..독일, 일본도 제쳐
한국 세계 1위로 건재하지만, 중 추격 매서워
젠슨황, CES 기조연설서 中로봇 6종 동행
중국산 로봇 저가공세도 또 다른 위협 요소
하재인 기자 2025-01-14 10:52:13

중국의 로봇산업 성장세가 매섭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중국이 이제는 글로벌 로봇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세계 로보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로봇밀도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이는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기존 강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현지시간 7일 CES 2025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 엔비디아 전시관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유니트리 G1이 관람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봇밀도 3위로 급부상한 중국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를 의미한다. 제조업 자동화 수준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다. 2023년 기준 한국은 1,012대로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가 770대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전년 대비 17% 성장해, 한국의 절반 수준인 470대를 기록했지만, 독일(429대)과 일본(419대)을 넘어섰다.

중국은 2019년 처음으로 상위 10위권에 진입한 후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내수 시장의 강력한 수요, 그리고 빠른 기술 내재화가 이런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1천 대를 넘어서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는 국내 로봇업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해 현지시간 3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인 GTC의 인공지능(AI)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CES 2025에서 빛난 중국 로봇

중국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올해 CES 2025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기조연설에서 소개된 14종의 휴머노이드 로봇 중 6종이 중국산이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수치로, 중국 로봇산업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CES에 등장한 중국 로봇들은 품질과 성능 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유니트리의 ‘H1’, 샤오펑의 ‘아이언’, 갤봇의 ‘G1’ 등이 주목받으며, 중국 로봇이 단순히 저가 제품만이 아니라 기술력을 겸비한 고품질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음을 보여줬음이 확인됐다. 반면, 한국 로봇은 CES에서 단 한 종도 소개되지 않아 대조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국내 로봇업계, 반덤핑 제소로 대응

이런 무서운 추격에 중국산 로봇의 저가 공세가 한국 로봇산업에 또 다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한 국내 로봇업계는 최근 일본과 중국산 산업용 로봇의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다. 이들 업체는 일본과 중국 로봇 제조사들이 자국 유통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로봇을 한국에 수출해 국내 산업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국산 산업용 로봇의 가격은 국내산의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수입 제품의 점유율은 2021년 75%에서 2023년 81%로 급증했다. HD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내수 불황으로 인한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가로 한국 시장에 제품을 밀어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쿠카의 KR FORTEC 울트라. 쿠카

독일 쿠카 사례가 주는 교훈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은 독일 쿠카(KUKA) 사례를 통해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2016년, 중국 메이디는 독일 쿠카를 인수하며 중국 내 로봇산업 기술 내재화에 성공했다. 쿠카는 이후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며 기술 고도화와 산업 자동화를 주도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맞물려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린 사례로 평가받는다.

쿠카의 매각 당시 독일 내에서는 국가 전략적 자산의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메이디는 인수 후에도 공장과 일자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며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후 쿠카는 중국 내수 시장의 확대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중국의 장기적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

한국 역시 이와 같은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자본과 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와 정책이 필요하며,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중국과 같은 내수 시장 확대 전략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 전략이 필요하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로봇이 현장 실증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밀도를 자랑하며, 전자 및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제조용 로봇을 넘어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차세대 로봇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국내 로봇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첨단 로봇 100만 대 보급과 핵심 부품 국산화율 80% 달성을 목표로 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시장 방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솔루션 개발이 절실하다.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세는 단순한 도약을 넘어선 굴기(崛起)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로봇산업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로봇업계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려면 혁신적인 기술 개발,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 그리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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