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조선업체들이 해상풍력발전 설치선(WTIV) 해외 수주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WTIV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해상풍력 터빈을 바다 위에 설치하는 이 특수 선박은 해상풍력산업이 확장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은 한 번 진입하면 장기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WTIV 시장의 주도권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 쥐고 있다. 왜 중국이 WTI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 이 산업이 왜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 불리는지, 그리고 한국이 지금 WTIV 시장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중국, 정부 주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
중국이 WTIV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국 내 해상풍력발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가 에너지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WTIV 건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자국 내 안정적인 시장을 바탕으로 중국 조선업체들은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정부의 보조금과 금융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WTIV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급속히 발전했다.
과거 WTIV 시장을 유럽 기업들이 주도했지만, 중국 조선업체들은 대형 터빈 설치가 가능한 WTIV를 자체 개발하면서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해상풍력발전이 점점 초대형 터빈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이를 설치할 수 있는 대형 WTIV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며 기술 개발을 가속화했다.

대형 WTIV 기술력이 시장 판도 결정
WTIV는 단순한 특수 선박이 아니다. 대형 해상풍력발전 터빈을 안전하고 정밀하게 설치할 수 있어야 하며, 기술적으로도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된다. 해상풍력 터빈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15MW 이상급 대형 터빈을 설치할 수 있는 WTIV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기존의 구형 WTIV들은 대부분 10MW급 이하의 터빈 설치에 최적화되어 있어 새로운 시장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해상풍력발전 확대에 따라 대형 WTIV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친환경 연료 도입과 운영 비용 절감 기술이 WTIV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암모니아 연료를 적용한 친환경 WTIV 개발이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한국 WTIV 제조 ‘잰걸음’... 시장 확대 호기
WTIV는 한 번 수주하면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상풍력 터빈의 수명은 보통 25~30년에 달하는데, 이는 WTIV가 설치 후에도 유지보수, 추가 설치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단순히 선박 한 척을 수주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운영 계약이 함께 이루어지면서 안정적인 매출원이 될 수 있다.
또한 WTIV를 보유한 국가는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WTIV 보유 여부가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WTIV 시장을 선점하면 국내 해상풍력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WTIV 산업이 성장하면 크레인, 지지 구조물, 특수 용접 기술 등 조선 기자재와 엔지니어링 산업도 함께 발전하면서 연관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WTIV은 고부가가치 산업
한국이 WTIV 시장에서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조선업체들이 WTIV 수주에 성공했지만, 아직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갈 길이 멀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해상풍력발전과 WTIV 산업을 연계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 역시 WTIV를 조선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WTIV 건조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해상풍력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WTIV 산업 역시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초대형 WTIV 개발과 친환경 연료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조선업체들이 차세대 WTIV 기술을 선점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WTIV 산업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해상풍력발전이 확대될수록 WTIV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며, 한 번 시장을 선점하면 장기적인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이 WTIV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WTIV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이는 해상풍력 산업뿐만 아니라 조선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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