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산 능력을 뒷받침할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자하며 AI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대규모로 건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AI 연산을 지원할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AI 모델의 학습과 실행을 위한 대규모 연산 능력 확보가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AI 데이터센터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한편, 전력 정책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며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딥시크로 촉발된 데이터센터 전쟁
최근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면서 인공지능 연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픈AI는 16개 주에 데이터센터 건설 제안 요청서를 발송했으며, 텍사스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데이터센터를 신속히 건설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센터는 각 1기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도록 설계되고 있으며, AI 학습 및 추론을 위한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자사 AI 모델 R1이 미국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훈련되었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AI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강화를 위한 투자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AI 경쟁력 유지를 위해 데이터센터 확충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AI 연산을 수행하는 핵심 인프라로, 막대한 전력 소비가 필연적이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GPU, TPU 등의 고성능 연산 장비가 지속적으로 가동되며,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AI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전력 인프라를 강화하고 AI 데이터센터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AI 연산에 필요한 전력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송전망 확대와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이 필수적이다.

뒤늦게 지원나선 한국정부...전기공급 ‘엇박자’
한국 정부도 AI 데이터센터 지원을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이달 중 발표될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전략에는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개선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전력 정책이 오히려 규제 강화로 역행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력 계통 영향평가 규정을 개정하면서 데이터센터 신축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의 전력 용량 증설에도 강화된 평가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새로운 기준에서는 기존의 기술적 평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수용성, 지방재정 기여도, 직접고용 효과 등의 비기술적 평가까지 포함되었다. 수도권과 광역시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비기술적 평가 점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기존 데이터센터들이 건축 인허가 당시 큰 전력 용량으로 허가를 받아 놓고도 일부만 사용하다가 추가 사용을 요청할 때 전력 계통 영향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기존 시설의 전력 확장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전력 계통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했지만, 기업들은 실질적인 운영 문제를 이유로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는 3교대 근무가 필수적인데, 비수도권에서는 정주 여건이 열악하여 경력직 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고객군인 클라우드 사업자, IT 스타트업, 게임 회사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고객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2023년 신규전력 사용계약 全無
이러한 현실 속에서 2023년 한국에서는 단 한 곳의 데이터센터도 신규 전력 사용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례적인 상황에 감사원이 업계 의견 조회에 나섰고,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산업통상자원부는 데이터센터 기업들에게 평가 신청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전력 정책의 강화로 인해 실질적인 지원 효과는 반감되고 있다. 미국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 AI 인프라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데이터센터 육성 정책과 전력 정책이 서로 모순되면서 업계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에, 한국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데이터센터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전력 정책 전반의 재검토가 시급하다. 산업부가 언급한 전력 계통 영향평가 제도 개선이 실질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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