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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국가별 독자 방위 필요성 갈수록 커져
K-방산, 가성비 무기에서 첨단 기술력으로
트럼프 2기 변수… 글로벌 방산 시장 재편
하재인 기자 2025-02-18 10:36:04

17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개막한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서 K-방산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KAI 등 주요 방산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시스템)과 천궁-II(중거리 지대공 요격체계)가 특히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 방산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더 이상 ‘가성비 무기’로만 평가되지 않는 변화의 순간이다.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넘어, 첨단 기술력을 갖춘 신흥 방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K-방산이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센터에서 진행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탄도탄 요격시험에서 요격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국가별 독자 방위 필요성 갈수록 커져

국제 방산 시장은 기존의 미국·유럽 중심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방산 시장의 흐름은 자국 방위력 강화, 미국의 개입 축소, 기술력 확보 경쟁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요약된다.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방산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은 더 이상 공짜로 지켜주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명확해지면서, 중동뿐만 아니라 동유럽과 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자체 방산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방산 기업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는 유럽과 중동의 방산 수요를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같은 방산 대기업들은 자국 군수 산업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과 같은 신흥 방산 강국들은 이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방산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대공 방어 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L-SAM과 천궁-II 같은 무기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으로 대표되는 다층 방어 체계를 구축한 것처럼, 한국의 L-SAM 역시 미국, 이스라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공 방어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궁-II 발사장면. LIG넥스원

K-방산, 가성비 무기에서 첨단 기술력으로

한때 한국 방산 기업들은 ‘가격 대비 성능’으로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첨단 기술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SAM은 40~70km 상공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첨단 방어 시스템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만 보유한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부터 1조2000억 원을 투입해 개발된 이 무기는, 지난해 국산화 완료 이후 처음으로 해외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또한 천궁-II는 사우디아라비아와 3조7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중동에서 첫 수출 성과를 거뒀다.

중동은 지정학적 특성상 대공 방어 체계의 중요성이 높은 지역이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이러한 점을 공략해 현지 맞춤형 개량형 무기도 함께 개발 중이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역시 빠르게 국산화가 진행되면서 독일제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중동 수출의 장애물을 제거했다. K9의 1000마력 엔진이 최근 국산 엔진으로 교체되었고, K2 전차의 파워팩 역시 국산화가 완료되면서 한국 방산의 독립성이 높아졌다.

왼쪽부터 소형전술차 2인승 카고, 타스만 전시 전용 모델. 기아

트럼프 2기 변수… 글로벌 방산 시장 재편

트럼프 정부의 ‘각자도생’ 기조는 K-방산에 기회이자 도전이다. 미국이 더 이상 동맹국을 무조건 보호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미국 무기 시장과 별개로 독자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 방산이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미국 방산 기술을 일부 벤치마킹하면서도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온 점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외교 전략도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은 방산 계약을 체결할 때 단순 구매가 아닌 현지 생산 및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방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하려면, 이러한 요구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된다.

중동을 넘어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K-방산의 입지는 커지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대량 구매하며, K-방산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했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다면, 동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방산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방산과 원전 수출을 연계하는 ‘패키지 계약’도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UAE의 바라카 원전이 한국 방산 시스템으로 방어되고 있는 것처럼, 국가 기간산업과 방산을 결합한 종합 수출 전략이 K-방산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제 K-방산은 단순한 무기 수출국이 아니라 세계 방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중동 시장에서의 성과는 K-방산이 기존 ‘가성비 무기’에서 벗어나 ‘첨단 방산 기술 강국’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미국, 유럽, 이스라엘과 경쟁하는 한국 방산의 도전이 시작됐다. 향후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단순한 무기 수출 강국을 넘어 세계 방산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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