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개발 경쟁을 본격화하며 로봇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오랜 로봇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와 IT 기술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는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연구개발(R&D)·특허 출원 수에서 큰 격차
테슬라, 피겨AI(Figure AI), 유니트리(Unitree) 등 글로벌 기업들은 최신 기술을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잇달아 공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27년까지 세계 1위 휴머노이드 로봇 강국을 목표로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연구개발(R&D) 및 특허 출원 수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34년까지 6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63.5%에 이르며, 물류, 제조업,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및 센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율성과 정밀성이 향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시장을 선도하는 美中日
미국은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피겨AI, 애니봇틱스(Anibotics) 등 다양한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2세대 옵티머스를 공개하며 로봇의 보행 속도와 동작 정밀도를 높였다. 피겨AI는 거대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중국은 2027년까지 세계 1위 휴머노이드 로봇 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비테크(Ubitech), 유니트리(Unitree) 등 주요 기업이 앞다투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활발하다. 일본은 혼다의 아시모(ASIMO) 개발 이후 산업용 로봇에 집중하며 정밀한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로봇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AI 기반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특허 출원 수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2018~2023년) 국가별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특허 출원 건수를 보면, 중국이 5,688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미국(1,483건), 일본(1,195건), 한국(368건) 순이었다. 연구개발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며, 산업화 단계에서도 뒤처졌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하며 로봇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자체 로봇 기술 개발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도 AI와 결합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검토 중이며, 네이버는 연구개발을 위한 로봇 전문 인력을 강화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Rainbow Robotics)는 이족보행 로봇 개발을 추진하며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투자 규모가 글로벌 경쟁국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 수집이 최대 난관
한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AI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량의 데이터 학습이 필수적이지만, 한국은 로봇에 특화된 AI 기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정밀 센서 및 액추에이터 개발에서도 경쟁국에 비해 한계가 있다. 로봇 부품 생태계가 취약하며,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규제 완화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나, 한국은 이에 비해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하다. 로봇 연구개발 인력이 부족하고, 대규모 산업 투자가 활발하지 않으며, 기업 간 협력 생태계도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다.
글로벌 로봇 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AI 알고리즘 개발과 데이터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대하고, 로봇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강점인 IT 및 반도체 기술을 적극 활용해 로봇 부품과 AI 연계를 강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상용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인재 양성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의 ‘로보틱스 플래그십 프로그램’이나 중국의 ‘제조 2025’ 정책과 같은 장기적인 국가 지원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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