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선도하는 '경제 나침반'

한국의 액침냉각, 국제표준화 나선다

액침냉각, 데이터센터 발열 해결책으로 급부상
5월 데이터센터 국제총회에서 공식 제안
표준 채택 시 와이파이처럼 경제유발 효과 기대
하재인 기자 2025-03-11 10:34:45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 기반 서버는 기존 CPU 서버보다 3~5배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며, 그만큼 발열 문제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은 단순한 운영 효율성을 넘어 필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GRC의 액침냉각 시스템에 사용되는 열관리 유체를 평가, 검증해 인증하는 일렉트로세이프 플루이드 파트너 프로그램 이미지. SK엔무브

액침냉각, 데이터센터 발열 해결책으로 급부상

기존의 공랭식과 수랭식 냉각 방식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공랭식은 방대한 공조 시스템이 필요하고, 수랭식은 누수 위험과 높은 유지 비용이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액침냉각은 서버를 비전도성 냉각 액체에 직접 담가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물이나 공기보다 훨씬 높은 열전도율을 가진 특수 액체를 사용해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외부로 방출한다. 이를 통해 기존 대비 전력 소비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으며, 공간 활용도도 극대화된다. 또한 소음과 먼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의 장비 수명 연장 효과도 기대된다.

AI 연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력 소모량도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현재의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액침냉각에 대한 국제표준은 없는 상태다. 기술 자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제 표준을 누가 먼저 정하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SKT의 액침냉각 시스템. SKT

5월 데이터센터 국제총회에서 공식 제안

오는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서울에서 데이터센터 국제표준화총회가 열린다. 이 회의는 ISO(국제표준화기구)와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의 합동 기술위원회(JTC 1) 내 데이터센터 관련 분과(SC 39) 회의로, 데이터센터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중국 등 24개국이 대표단을 파견하며, 참관국까지 포함하면 총 40여 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은 액침냉각 관련 국제 표준안을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IT 기업들과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태다. 만약 한국이 제안하는 액침냉각 표준이 국제적으로 채택된다면, 한국은 이 기술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의 액침 서버 냉각 시스템. 마이크로소프트

표준 채택 시 와이파이처럼 경제유발 효과 기대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와이파이다. 1990년대 말, 무선 인터넷 기술이 등장했을 때 다양한 방식이 난립했지만, 결국 IEEE 802.11이라는 표준이 정해지면서 와이파이가 세계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표준을 선점한 기업과 국가는 이후 칩셋, 네트워크 장비,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액침냉각 기술도 마찬가지다. 국제 표준이 한국 주도로 정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은 기술 특허를 활용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냉각액을 생산하는 화학 기업, 냉각 설비를 제조하는 장비 기업, 이를 적용하는 IT 서비스 기업 등 다양한 산업이 연쇄적인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는 곧 ‘제2의 와이파이’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에서 냉각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다. 한국이 오는 5월 국제표준 총회에서 액침냉각 기술의 표준을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채택된다면, 이는 곧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 강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과거 와이파이가 국제 표준이 되면서 무선 인터넷 시장을 선도한 것처럼, 이번에도 액침냉각 표준이 ‘제2의 와이파이’가 될지 주목된다. 5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표준 총회가 한국 IT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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