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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정보, 느려지는 사고… 숏폼의 역설

한국인 숏폼 한달 사용시간 48시간 13분
짧고 강렬한 자극, 집중력·인내심 저하 우려
숏폼과 장편 콘텐츠, 균형 있는 소비 필요
하재인 기자 2025-03-13 10:32:12

최근 한국인의 숏폼(짧은 동영상) 사용 시간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보다 7배 이상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까지 숏폼 시장에 뛰어들면서 짧은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다. 짧고 강렬한 자극을 제공하는 숏폼이 대세가 된 가운데, 그로 인한 부작용도 점점 부각되고 있다. 순간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깊이 있는 사고가 줄어들고, 집중력 저하 및 인지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카카오 ‘다음채널 부스트업 챌린지’. 카카오

한국인 숏폼 한달 사용시간 48시간 13분

와이즈앱·리테일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인의 숏폼 서비스 평균 사용 시간은 48시간 73분에 달한 반면,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5개 주요 OTT 플랫폼의 평균 사용 시간은 7시간 14분에 그쳤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큰 변화 없이 숏폼 소비가 압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각종 플랫폼도 숏폼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다음채널 부스트업 챌린지’를 통해 숏폼 제작을 장려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부터 다음 앱 내에 ‘숏폼’ 탭을 신설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숏폼 서비스 ‘클립’은 지난 1년간 콘텐츠 생산량이 5배 증가했고, 클립 채널 수도 3배 늘었다. 플랫폼 기업들은 짧은 콘텐츠 소비가 확고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창작자 지원 및 추천 기능을 강화하며 숏폼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

틱톡 소개문 페이지. 틱톡 홈페이지 캡처

짧고 강렬한 자극, 집중력·인내심 저하 우려

숏폼의 인기는 빠른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영상 길이가 짧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시청할 수 있고, 반복적인 스크롤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숏폼 소비 방식이 일상화되면서 부작용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장시간 집중해야 하는 긴 호흡의 콘텐츠 소비를 어려워한다. 책이나 장편 영화, 심층적인 뉴스 기사를 읽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사고의 깊이가 얕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인 짧은 자극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숏폼 콘텐츠는 즉각적인 재미와 자극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정보를 탐색하거나 분석하는 과정 없이, 짧은 정보만을 빠르게 습득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깊이 있는 대화보다는 짧고 즉각적인 반응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영유아 및 청소년의 경우, 숏폼 콘텐츠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집중력 저하뿐만 아니라 학습 습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 왕립 보건 소아과 학회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의 과도한 영상 시청이 뇌 발달과 언어 습득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성인의 경우에도 일과 삶에서 조급한 판단이 늘어나고, 깊이 있는 사고와 분석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고령층에서는 정보 습득 방식 변화로 인해 디지털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 소개문 페이지.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캡처

숏폼과 장편 콘텐츠, 균형 있는 소비 필요

숏폼 콘텐츠의 영향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2021년 미국 심리학협회(APA)의 연구에서는 짧은 콘텐츠 소비가 인간의 주의 집중력과 정보 처리 능력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인지과학자들은 빠른 템포의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숏폼 콘텐츠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짧은 시간 내에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고, 가벼운 오락 요소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숏폼 콘텐츠만 소비할 경우, 깊이 있는 사고와 집중력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숏폼과 장편 콘텐츠 소비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숏폼 콘텐츠의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플랫폼 기업들은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교육적인 요소를 포함한 콘텐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청소년들의 숏폼 과몰입을 방지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숏폼 콘텐츠는 현대인의 미디어 소비 방식에 혁신을 가져왔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빠른 정보 소비가 일상이 된 지금, 깊이 있는 사고와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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