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를 내고 독점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전략이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확산되고 있다. 기술 개방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글로벌 연구자 및 기업들과 협력하여 혁신을 가속화하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랩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테슬라, 2014년 전기차 특허 오픈해 시장 선도
오픈소스 전략은 AI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경쟁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테슬라는 2014년 자사 전기차 특허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폐쇄적 구조를 깨고, 전기차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을 통해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며 자사 배터리 및 충전 인프라 기술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과거 폐쇄적 소프트웨어 정책을 고수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협력하면서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에서 리눅스를 지원하는 등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딥시크, 메타 등도 오픈소스로 시장 공략
반도체 업계에서도 오픈소스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은 오픈소스 방식의 아키텍처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ARM 기반 칩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전략 덕분에 ARM은 모바일, IoT,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며 인텔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또 다른 사례로 리스크파이브(RISC-V)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반도체 설계 아키텍처를 제공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리스크파이브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며 독자적인 칩 개발을 진행 중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역시 오픈소스 전략을 적극 활용하며 주목받고 있다. 딥시크는 AI 연구 및 개발을 위해 주요 코드와 데이터를 공개하며 오픈소스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AI 발전을 위한 공동 연구 기반을 마련하고, 전 세계 연구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픈소스 철학의 핵심 가치인 개방성과 투명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지속적인 신뢰 구축과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AI 업계에서는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AI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대형 언어 모델(LLM)인 ‘라마(LLaMA)’를 공개하면서 오픈소스 AI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기존에는 구글, 오픈AI 등이 독점적으로 AI 모델을 운영해왔지만, 메타가 이를 공개하면서 다양한 연구자와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응해 구글도 일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제공하며 경쟁에 나섰다.
이처럼 기업들이 오픈소스를 활용해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독점적 기술 보호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픈소스는 기술을 공유하면서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되고 있다.

네이버랩스, 공간지능 오픈소스로 표준화 선도
네이버랩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공간지능 AI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글로벌 연구 생태계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랩스 유럽이 개발한 더스터(DUSt3R) 기술은 단 한두 장의 사진만으로 2~3초 내에 3D 공간 정보를 생성하는 AI 모델로, 기존의 고가 장비 없이도 현실 세계를 가상 환경으로 재현할 수 있도록 한다. 네이버랩스가 더스터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이후, 메타,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를 활용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CVPR 2024에서도 관련 연구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기술 경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특허를 기반으로 독점적 기술력을 유지하려는 방식에서, 오픈소스를 통해 더 넓은 시장과 연구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ARM, 리스크파이브, 메타 등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이버랩스 역시 공간지능 AI 분야에서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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