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화의 포토에세이] 겨울바다
2025-01-28

봄비 내리는 날, 농촌의 들은 풀들의 소담스런 이야기로 분주하다.
빗방울이 연신 도로를 두드린 탓인지, 사람들이 모두 비를 피한 들은 한적하기만 하다. 소나무는 몸매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연신 자태를 뽐내는데, 저 먼 산자락은 희미하게 수채화 모양을 그린다.
봄비 내리는 날, 산수유 꽃들이 들을 치장한다.
봄을 타는 수양버들은 그 머리카락을 연두빛 치장으로 바쁘다. 가장 먼저 봄이 오는 소리를 알리기라도 하고 싶어 하는 듯.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비에 젖은 도로는 유난히 검은색 윤이 나고 보석같이 매끄럽기만 한데, 사람들이 사라진 시골길은 적막감이 감돈다. 그 누가 삿갓을 쓰고 나타나면 가는 길이라도 물어보련만.
봄비 오는 시골길은 유난히 한적하기만 하다. 새도 지지배배 노래할 양이지만, 모두 집으로 들어갔는지.

저 뿌연 산자락 너머로 다시 돌아가게 될 분주한 한 도시가 문득 생각난다. 이 마을에 살면 모든 시름도 잊으련만. 왜들 그리 바쁘게 사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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