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화의 포토에세이] 석곡의 아침
2025-07-11

아직 무더위가 한창이다.
갈수록 여름이 길어짐을 느낀다. 아마 사람들이 말하는 기후 변화가 몸에 느껴진다. 이 무더위에 경북 안동 땅에서 아흔이 넘으신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한 바퀴 돌며 입맛을 돋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영덕 강구항이다. 이런 부모님을 모시고 바닷가를 떠날 수 있는 행복이야 무슨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그냥 자식 된 도리로서 기쁨뿐이다.
안동에서 팔십 킬로미터. 옛 같으면 몇 날을 지나, 보부상의 머리에 이고 온 고등어가 썩지 않도록 알 굵은 소금을 친 것이 안동 간고등어가 바닷가 내음을 알려주련만. 지금 생각하면 소금에 절인 덕분에 고등어 비린내가 사라진 그 맛이 실은 바닷가에서 먼 내륙까지 이고 온 가난한 상인들의 마음이었음을 누가 알까?

우리 어린 시절 같으면 엄두도 못 내었을 영덕 바닷가. 이제는 몸도 못 가눌 만큼 약해진 다리로 집을 나서는 부모님을 모시고 길을 나선다. 부모님의 눈에야 머리 희끗한 아들도 언제나 아이들로 보이려니. 이젠 몸조차 고단해 난간을 잡고 일어서지 않으면 힘든 발걸음이지만, 아직도 저 천 평이 넘는 밭에 새벽마다 호박을 따내고, 참깨와 콩을 보듬어 안고 계시다.
부모님을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은 그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래도 행복이다.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심을 행복으로 여기고, 쭉쭉 뻗은 의성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영덕 강구항! 맑고 파란 하늘과 바다. 바다가 보인다. 영덕 하면 대개 탕을 시키지 않았느냐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물음에 더 맛있는 것이라며, 곰치탕을 시켰다. 부드러우니, 맛있다며, 즐겨하신다. 부모님이 이 국 한 그릇으로 기뻐하면, 자식에게 그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으랴?
바다를 보고, 맑고 푸른 하늘을 보고, 부모님의 야윈 손을 잡고, 잠시 바닷가 부둣가에 앉았다. 이 시대 젊은이들은 알까? 찢어지게 가난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 안동 임청각이 집안이던 부모님은 일제의 수탈에 깊은 골짜기로 스며드셨다. 그것이 가난으로 이어질 줄 아시기나 하셨을까? 안동 독립기념관에 기록된 집안 어른의 이름들을 말없이 쓰다듬던 아버지께서 이곳 영덕 강구항에 함께 오셨다.

바다가 그렇게 멀리 느껴지셨을 어린 시절을 생각하시면, 지금 정말 잘 사는 것이라고 되뇌는 그 행복이 지금 우리 자녀에게도 이어지지만, 강구항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저 공사 중인 다리는 왜 멈추어 섰을까? 한 사람의 말 한마디에 잘 나가던 건설업계가 비상이다.
내가 살던 월곡면 도곡에서 나무다리를 건너 면사무소 소재지 미질 장터에 가면, 안동댐 물에 잠긴 강을 건너던 옛 나무다리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모름지기 군자는 수신(修身), 제가(濟家), 치국(治國)이라는 말. 이제는 꿈이 된 이야기 그 너머로 언제쯤 건설업계는 희망과 안녕을 맞아, 저 다리 공사를 재개하려나.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