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중동 위기, 유가 상승, 해상운임 상승, 미국발 관세라는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와중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비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현지시간 13일 이스라엘은 이란 전역에 공습을 개시했다. 이란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양국간 충돌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직원들을 인접국인 요르단으로 대피시켰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이스라엘에서 가전 판매를 위한 지점을 두고 있다.
유가도 상승 중이다.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이후 10% 가량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날 7% 올랐다. 16일에는 2.1% 올라 배럴당 75.76달러에 거래가 이뤄졌다. 18일에는 배럴당 76.7달러를 기록했다.
해상운임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중동-중국 항로 운임은 양국의 충돌 직후 23.5% 상승했다. 대형 유조선 용선료는 2만2,764달러에서 3만3,489달러로 47.1% 급증했다.
발틱운임지수도 13일 기준 1,968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원자재를 실은 벌크선이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원자재 수요 증가와 해운 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물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충돌이 지속될 경우 해협 북쪽에 위치한 이란이 선박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와 해상 원유 수출의 34%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양진흥공사는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하루 1,800~2,000만 배럴의 원유 운송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경우 원유 수입의 63%를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LNG에 대한 중동 의존도도 30% 이상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대체 경로가 없기에 봉쇄될 경우 우회가 불가능하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수급 불안이 발생해 한국도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유가 불안에 따른 한국 산업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과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운임시장에 영향이 있을테니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관련된 전략을 업계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중동 위기에 더해 미국발 관세 부과도 국내 기업들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3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으로 만든 파생제품에도 철강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25% 관세를 부과했다. 현지시간 12일에는 미국 상무부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철강 파생제품 명단에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추가했다. 해당 조치는 6월 23일부터 적용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미주 지역의 매출 비중이 20% 이상인 만큼 관세 부과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미주 지역 매출은 17조5,953억원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미주 지역 매출은 5조4,529억원으로 전체의 24%에 달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과 함께 유가와 물류 비용 부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자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주영 연구원은 현재 중동 위기와 관련해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정부에서 여러 지원정책을 시행하겠지만 현재 기업들은 대응이 안되고 있을 것”이라며 “예측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테고 직접 연계된 산업군이 아니면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확정된 바가 없고 상황을 주시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모든 기업들이 다 같은 상황이기에 관세와 전쟁 등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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