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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롯데 경영 복귀’ 11번째 무산...‘롯데 3세’ 신유열, 신사업 성과로 후계 굳힌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11번째 이사 복귀 실패
신동주, 광윤사 50.28%·광윤사, 롯데홀딩스 28.14% 보유
신동주 전 부회장, 과거 신동빈 회장 유죄판결까지 거론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통해 경영권 승계 시동
하재인 기자 2025-06-30 18:19:01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롯데그룹의 경영승계 갈등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모양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사 복귀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달 27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본인의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제안했다. 주주총회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제안한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2016년부터 매년 이뤄진 11번째 이사직 복귀 시도 실패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안건 부결에 대해서는 따로 입장이 없다”며 “11번의 같은 안건을 상정했지만 한 번도 통과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만 있다”고 답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11번의 실패에도 이사직 복귀 시도를 멈추지 않는건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이 확보한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1.77%에 불과하지만 광윤사의 지분은 50.28% 보유하고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홀딩스의 약 30%에 달하는 지분을 신 전 부회장이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19.1% 보유한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의 지분을 11.1% 보유 중이다. 현재 13.04%의 지분을 보유한 신동빈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 보유 비중이다. 롯데홀딩스를 확보하면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롯데그룹 지분구조

다만 신 전 부회장의 이사 복귀는 어려울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을 제외한 롯데홀딩스의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 측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신 전 부회장의 이사직 해임 사유와 무관하지 않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불법 행위 여지가 있는 ‘풀리카’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변호사들로부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사업을 강행했다. 이에 롯데의 4개 계열사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신 전 부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했다. 신 전 부회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됐다며 일본 법원에 배상 청구를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다.

실제 지난해 6월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의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지만 나머지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 부자를 지지했다. 이를 통해 신유열 전무는 2020년 부장으로 입사한지 4년 만에 사내이사에 올랐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없다"며 "분쟁 여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이고 이미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확고하게 잡은지 시간이 꽤 지났다”고 강조했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복귀 시도와 신유열 전무의 경영 승계 반대 시도는 전부 저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이 이사 복귀 시도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은 만큼 불안 요소는 남아있는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을 대표로 하는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은 이번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결과를 설명하며 향후 방침에 대해 “경영 정상화 실현을 위해 모든 수단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 롯데

신유열 전무는 2023년 12월 인사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전무로 승진했다.

신동빈 회장 뒤를 이을 후계자로 점쳐지는 만큼 그룹 내 입지 확장 수단이자 롯데그룹 승계 발판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 후발주자지만 신 부사장 경영능력을 입증할 시험대로 불리는 만큼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CDMO는 막대한 자금과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대비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성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전통 제약사 영업이익률이 통상 10% 미만인 데 반해 CDMO 업체 영업이익률은 30~40% 수준이다. 일례로 CDMO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별도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43%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바이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성장하는 데 지속·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며 “올해 바이오 USA에서도 수십 건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유열 전무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신 전 부회장이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4% 상승한 2,34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은 897억원의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신유열 전무는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았지만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신 전 부회장 측의 공격이 계속될 수 있다.

실제로 ‘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은 이번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정관 변경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의 2019년 당시 뇌물공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판결을 거론했다.

롯데홀딩스의 이사 취임에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의 결격 사유 신설을 정관 변경의 안건으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과거 신동빈 회장의 유죄 판결까지 거론하며 흔들기를 멈추지 않은 만큼 신유열 전무의 바이오 경영 성과에 따라 보다 안정적인 경영 승계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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